한겨레 의료·교육 영리화 가속…공공서비스 양극화 커진다

의료·교육 영리화 가속…공공서비스 양극화 커진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분석

  김양중 기자 이종규 기자 박창섭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8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의료·교육·고용 등 9개 분야를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분야에 민간 투자를 끌어내면 일자리를 늘리고 서비스 질도 높일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한다. 하지만 정부 방안은 국민의 핵심 공공서비스인 의료·교육 등 분야에서 ‘돈 버는 영리활동’을 강화해, 서비스의 양극화, 의료·교육비 부담 가중 등을 부를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온다. 주요 분야 정부 방안을 들여다봤다.

■ 의료

영리병원 도입 여부 11월 결정

의료기관 경영지원회사 허용
수익성 위주 운영 강화될 듯
의료단체 “의료비 폭등 우려”

정부가 8일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으로 밝힌 주요 내용을 보면,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이 우려하고 반대해온 정책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병원의 경영지원 사업 활성화 △비영리병원 의료채권 발행 허용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금연·절주·운동 등의 상담·교육을 하는 건강관리 서비스 기반 조정 등을 내놓았다. 의료기관 경영지원 회사(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는 병원의 인사, 재무, 의료재료 구매 등 경영 부문만을 지원하는 민간 업체를 가리킨다. 의료채권 발행까지 허용하면 병원이 외부 자본을 끌어와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고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해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시민사회단체 등이 “공공서비스인 의료의 ‘상업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지목하며 거세게 반대해온 것들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병원 경영지원 회사의 설립이나 의료채권 발행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병원의 영리 추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경영지원 회사도, 채권 발행도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연·운동 등 건강관리 서비스는 의료기관이 마땅히 제공해야 할 서비스인데도, 이를 민간 시장에 개방하면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논란이 뜨거웠던 ‘영리병원’의 도입 여부를 오는 11월 결정하기로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추진 의사를 강하게 밝혀온 것에 비춰보면 한 걸음 물러선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접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영리병원을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으로 일컫자면서 사회적 논의와 정책 연구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의료공공성 확충 등 전제조건을 유지한다면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정부의 방안이 의료 민영화로 채워져 있다”며 영리병원 관련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은 경제적 여력이 되는 병원의 산업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경제위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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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송도국제학교 내국인 학생 비율 30%로

귀족학교로 변질 우려
외국사학 과실 송금
공교육 돈벌이화 비판

이번 교육서비스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외국교육기관들이 ‘과실송금’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과실송금이란 외국 투자가들이 국내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본국에 보내는 것을 말한다. 곧, 외국 사학들이 학교 운영을 통해 얻은 결산 잉여금을 외국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공교육을 통한 돈벌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외국교육기관은 외국인 생활여건 개선을 통한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인천 등 6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등에 설립할 수 있는 학교로,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서 송도국제학교가 오는 9월 처음 문을 열 예정이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비영리 외국 학교법인만 학교를 세울 수 있으나, 제주국제자유도시에서는 국내외 영리법인도 학교 설립이 허용된다.

정부는 우수한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려면 과실송금 허용 등이 필요하다는 태도이지만, 교육운동 단체들은 이를 ‘교육 영리화’ 또는 ‘교육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과실송금이 허용되면,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비롯해 전국 7곳의 기업도시 등에 들어설 외국교육기관들도 형평성을 들어 허용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국내 사학들이 학교회계 잉여금을 학교법인의 다른 회계로 전출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개정안에도, 정부가 발의한 원안에는 국제자유도시에 들어설 국제학교에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었으나,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고액 등록금 및 국부 유출, 학교에 대한 재투자 축소로 인한 교육 부실화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삭제됐다.

외국교육기관의 내국인 학생 비율을 정원의 30%로 완화하면 ‘무늬만 외국교육기관’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회장은 “설립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고급 사교육 수요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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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올안 종편채널 선정·민영미디어렙 도입

대기업·보수신문 ‘잔치’ 우려
언론지형 지각변동 불 보듯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까지 마치기로 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은 뉴스·드라마·오락 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채널로 방송법에는 규정돼 있으나 지금껏 허가된 사례는 없었다. 방통위는 사업자 수와 관련해 “6월 국회에서 방송법이 개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략 2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방통위가 밝힌 종편 도입 취지는 △방송 산업의 서비스 경쟁 촉진 △이를 통한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 충족 등 크게 두 가지다. 하지만 속내는 대형 신문사와 대기업들의 방송 참여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언론이나 대기업이 지상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종편을 소유할 경우 방송의 보수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광고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방송의 선정성 경쟁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삼성이나 현대나 누구든지 종편을 소유할 수 있게 돼 있다. 현행법은 자산 10조원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다.

방통위는 또, 방송광고 대행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 외에 추가로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기로 하고, 12월 말까지 방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설립 근거와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3사가 각각 1개씩 미디어렙을 갖는 ‘1공영 다민영’의 완전경쟁 체제와,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은 기존대로 방송광고공사가 맡고, <에스비에스> 등에 추가로 하나의 미디어렙을 허가하는 ‘1공영 1민영’의 제한경쟁 체제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방송과 지역 민영방송사들은 “완전경쟁으로 가면 작은 방송사들은 모두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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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

파견 업무 확대 “불안정 노동 늘릴 것”

파견 대상 제조업 포함땐
사회적 양극화 심화 불보듯

정부는 8일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연말까지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12월까지 개정해 현재 32개 직종으로 제한된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2007년 파견 업무를 26개에서 32개로 늘렸지만, 여전히 노동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노동부는 “근로자에게는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주기 위해 파견 업무를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방안은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으로선 정규직보다 인건비가 덜 들고 해고하기 쉬운 파견노동자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동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견 허용 업무에 제조업이 포함되면, 고용의 질이 낮은 파견노동자가 급격하게 불어나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2003년 제조업에 파견노동을 허용해, 236만명이었던 파견노동자가 2007년 381만명으로 폭증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