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직장 폐쇄’…국민장 끝나자 ‘노동 탄압’
노동계 대응도 점차 격화…화물연대 6월 11일 총파업
기사입력 2009-05-31 오후 3:39:32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잠시 주춤했던 노정 갈등이 영결식 직후부터 격하다.
정리 해고를 놓고 노사 갈등 중인 쌍용차는 노조의 옥쇄 파업 10일째, 총파업 11일째인 31일, ‘직장 폐쇄’를 선언했다.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파업 참여 조합원을 공장 밖으로 쫓아내기 위한 첫 단계로 해석된다.
이런 탓에 전 국민의 추모 분위기 속에 대정부 투쟁을 잠시 보류했던 노동계도 대응 수위를 다시 높여가고 있다. 고 박종태 씨의 죽음으로 총파업을 결정했던 화물연대는 6월 11일을 ‘D-day’로 잡았다.
총파업에 맞선 직장 폐쇄…경찰 병력 투입 통한 강제 퇴거?
▲ 쌍용차는 31일 오전 8시 30분 노조가 옥쇄 파업을 진행 중인 평택 공장에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쌍용차는 31일 오전 8시 30분 노조가 옥쇄 파업을 진행 중인 평택 공장에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직장 폐쇄란 노조의 파업권에 대응해 회사에 부여된 일종의 합법적 ‘저항권’이다. 직장 폐쇄 조치를 신고하면 회사는 노조에 대해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노조가 거부할 경우 경찰 병력을 투입해 강제로 끌어낼 수도 있다.
쌍용차는 직장 폐쇄 조치에 대해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26일부터는 사무직의 출근마저 저지해 생산 활동 전면 중단에 따른 경영 손실로 회사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라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직장 폐쇄 외에도 회사는 노조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 고발 및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이미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노조 임원 9명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이에 앞서 지난 27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희망 퇴직 인원을 제외한 1112명을 최종 정리 해고 규모로 확정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같은 정리 해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그간 여러 차례 각종 고통 분담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에만 목을 메는 것은 회사를 살리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 노조는 일단 회사의 직장 폐쇄에도 불구하고 자진 퇴거는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평택 경찰서 측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강덕중 평택서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측의 고소, 고발에 대해서는 사법 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설물 보호요청도 접수됐지만 노사 간 협상의 여지가 있고 평택 공장의 여러 가지 위 험요소를 감안해 공권력 투입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가 자진해서 파업을 풀지 않은 한 평택 공장에 대한 경찰 병력 투입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대화 안 통하니 싸울 수밖에”…민주노총도 대정부 투쟁 다시 시동
정면 충돌을 앞두고 있는 것은 쌍용차 뿐 아니다. 계약 해지된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과 함께 싸우다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의 죽음으로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는 화물연대는 오는 6월 11일로 총파업 돌입 시기를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하루 뒤인 30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린 공공운수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은 “화물연대는 대화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애썼지만 정부와 금호자본은 잔인하게도 철저하게 무시했다”며 총파업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 관련 기사 : 김달식 본부장 인터뷰 전문)
▲ 계약 해지된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과 함께 싸우다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의 죽음으로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는 화물연대는 오는 6월 11일로 총파업 돌입 시기를 잡았다. ⓒ프레시안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현장에서 욕먹어가면서 정부와 대화하고자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명박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추모의 분위기를 고려해 대정부 투쟁을 보류했던 민주노총이 다시 이명박 정부와의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경고였다.
민주노총은 앞서 오는 6월 10일까지 정부가 교섭에 나설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응하지 않을 경우 11일부터 총파업 등 총력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잠시 주춤했던 노정 갈등이 오는 6월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