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특구 조성 ‘군불 때기’
재정부 주최 토론회서 ‘사업 전략·법 개정’ 집중논의
한쪽선 “민영의보 확대·영리병원 허용 터닦기” 비판
김성환 기자
정부가 의료관광특구 조성 토론회를 여는 등 의료관광 사업 추진의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민영의료보험 시장 확대, 병원의 영리 추구 허용 등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터 닦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에서 정부 담당자와 학계·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를 열어, 의료관광 사업 활성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의료관광’은 의료비가 싼 외국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으로, 관광과 휴양, 건강관리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유지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의료관광특구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관광을 유치할 수 있게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행 의료법을 고쳐 의사의 이동진료를 허용하고, 의료관광 전문 여행사 등을 포괄하는 관광진흥법 개정도 필요하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석한 우봉식 닥스투어 대표도 “러시아 신장질환 환자에게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설명했지만, 싱가포르를 더 신뢰했다”며 “국제적 인지도가 낮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 12월 ‘3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의료관광특구를 만드는 ‘의료관광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주도의 이런 의료관광 사업 추진이 오히려 의료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의료를 하나의 산업인 것으로 보고 기본적인 복지제도를 망각해 가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의료관광 산업을 통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 민영화의 쟁점 사안을 추진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관광에 성공한 타이·인도 등은 우리나라에 견줘 10분의 1 수준의 인건비를 쓰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의료관광 경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오히려 의료관광특구 지정 등으로 의료진 쏠림 현상이 가중돼 국내 의료 여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