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철조망 사이로’ 쌍용차 노동자 진료

‘철조망 사이로’ 쌍용차 노동자 진료
외곽봉쇄 경찰, 의료진도 막아

  홍용덕 기자  

  
파업 48일째를 맞은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 골절과 고혈압, 당뇨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출입 통제로 의료진이나 약품이 들어갈 수 없어 150여명의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파업중이라고는 하지만, 환자 치료조차 막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8일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 열린 ‘경찰의 공장 완전 봉쇄와 통제 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파업중인 노조원 가운데 파업 장기화와 회사 쪽과의 충돌 과정에서 다친 150여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공장 안에 고립돼 있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이들이 늑골 골절과 이빨 부러짐, 고혈압, 우울증, 당뇨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적 파업 참가를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의료진과 의약품이 들어가는 것까지 막고 있다. 쌍용차 노조의 진료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인의협 소속 의사 3명과 간호사 3명이 급히 쌍용차 공장을 방문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기자들 틈에 끼어 공장 안에 들어가 환자들을 진료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도 인의협 의사 3명과 한의사 3명이 진료를 위해 방문했다가 공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들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파업 노동자들을 진료하고 손가락 골절을 치료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인의협 소속 백남순 의사는 “파업이나 노사 갈등과는 별도로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이 안전한 상황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 출입과 의약품 반입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송명호 평택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쪽이 대화를 회피한 채 경찰력 투입설을 흘리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노사는 정리해고와 파업을 동시에 철회하고 공장을 정상화한 뒤 조건 없는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2명을 구속하고 48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218명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노조 쪽은 171명, 회사 쪽은 47명이다. 또 체포영장이 나온 쌍용차 노조원은 한상균 지부장을 포함해 15명이다.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