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단수 일주일째… 참혹한 쌍용차 도장공장 내부
ㆍ“부상 60여명은 당장 수술·응급치료 필요”
쌍용차 평택공장 도장공장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물과 음식물 등의 공급이 차단되면서 처참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최근 도장공장내 숙소에서 노조원들이 TV를 보는 모습(위)과 노조원들의 식사인 주먹밥(가운데), 단수조치로 말라버린 화장실 세면대. 노동과세계 제공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평택공장의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68일째인 28일. 노조원들이 농성 중인 도장2공장에 물과 가스 공급이 끊긴 지는 일주일, 음식물 반입이 차단된 것은 10일이 넘었다.
경찰과 회사 측의 ‘고사작전’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 노조원들은 팔이 부러지고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변변한 치료조차 못받고 있다.
이날 공장내 노조원들과 노조원들을 치료해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백남준 사무국장(41·경기도립의료원 통증의학과 전문의) 등에 따르면 노조원 600~800여명이 모여있는 도장공장 내부는 ‘난민 수용소’다. 매캐한 최루액 냄새가 하루종일 코를 찌른다. 씻을 물은 물론이고 마실 물마저 바닥이 나고 있다. 수분 부족으로 입술이 마르고 혀가 갈라지는 ‘경증탈수현상’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음식물 반입이 차단되면서 주먹밥을 아껴먹으며 겨우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있다. 단수 조치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노조원들이 무엇보다 참기 힘든 고통은 수면부족이다. 스티로폼, 은박지를 깔고 새우잠을 자지만 길어야 1~2시간이다. 밤낮으로 도장공장 상공을 선회하는 경찰 헬기 굉음에다 사측이 틀어대는 선무방송 때문이다. 이창근 노조 정책부장은 “사측이 밤새 떠들어대는 방송은 가히 살인적”이라며 “노조원들은 지금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200여명은 부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도 못받고 있다. 매일 먹던 당뇨약을 1주일간 복용하지 못했다는 이모씨는 “며칠 전부터 발가락에 염증이 생긴 뒤 붓고 아파서 걷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 5월부터 도장공장내 노조원들을 치료해온 백남준 국장은 이날 “최근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며 “경찰과의 충돌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등 당장 수술과 응급치료를 해야 할 사람도 6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들이 치료를 제때 못받으면서 2차 감염으로 부상 정도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라며 “특히 당뇨병 환자인 이씨는 2~3일내에 치료를 못하면 발목을 절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원들은 대부분 중증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심한 정신적 압박까지 받고 있다. 백 국장은 “이들 가운데는 자살 충동을 일으킨 사람도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며 공장내 충격적인 상황을 전했다.
<평택 | 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