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말 안통한다”고 맞은 외국인노동자 산재 판결

“말 안통한다”고 맞은 외국인노동자 산재 판결
동료가 철제 던져 머리부상
근로복지공단 상대로 승소

  송경화 기자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동료 노동자와 의사소통 문제로 갈등을 겪다 근무 중 폭행을 당해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으로 근무지에서 동료들의 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정총령 판사는 폐기물 수거 근무 중 한국인 동료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던진 철제 부품에 머리를 맞아 뇌출혈 등 부상을 입은 이집트인 ㅁ(29)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ㅁ씨와 김씨는 사건 당일 의사소통 문제로 갈등을 겪은 것 외에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원한 관계가 없었다”며 “이 사건의 부상은 직장 내 인간관계나 직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일하던 ㅁ씨는 지난해 7월 충남 천안에서 2인 1조로 집게차 운전자 김씨와 작업을 했는데, ‘폐기물을 한 번에 집을 수 있도록 모은 뒤 집게에 끼워 넣으라’는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등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작업에 지장을 받아왔다. 이에 김씨가 욕설을 하자 ㅁ씨가 항의했고, 더욱 화가 난 김씨는 철제 부품을 ㅁ씨에게 던졌다. 뇌출혈을 입은 ㅁ씨는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했지만 불승인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ㅁ씨 쪽 소송 관계자는 “ㅁ씨는 김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경찰을 찾았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포기했다”며 “소송 도중 ㅁ씨가 고국인 이집트로 출국해 대사관에 부탁하는 것 외에 승소 결과를 알릴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