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참겠다…코펜하겐 회의장 박찬 6만 명”[STOP! CO₂③]
1999년 시애틀, 2009년 코펜하겐
기사입력 2009-12-14 오전 7:57:42
2009년 내내 전 세계는 지금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 눈과 귀가 집중되었다.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기간이 2012년에 완료되면, 그 이후 전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1999년, 미국 시에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장을 에워싸고 펼쳐졌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은 ‘시에틀 투쟁’으로 회자될 정도로 국제 사회운동에서 한 획을 그었다. 10년이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기후 정의’ 운동은 어떻게 기억될까? 훗날 역사가 평가할 그 투쟁의 첫 행진이 12월 12일 시작됐다.
기후 운동의 질적 도약, 기후 정의
매년 COP 총회 기간에 맞춰 벌어지는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은 전 세계 단체의 동시다발적 기후 운동을 상징한다. 이날은 회의 개최 도시에 집결한 각국의 운동가들이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입장을 표출하는 전시장이다. 올해 코펜하겐은 회의의 중요성만큼이나 기후 운동도 질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세계 67개국, 515개 단체” 소속의 약 6만 명(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의 평균값)이 코펜하겐 회의장 밖에서 기후 운동을 벌였다. 셀 수 없이 나부끼는 각종 구호가 적인 깃발과 현수막, 그리고 각종 퍼포먼스. 일부에서 우려 혹은 기대했던 ‘과격 시위’는 거의 없었다(600명이 연행된 것을 제외하고). 투쟁의 방식에 급진성이 없다고 투쟁의 내용에 급진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부 제3세계 운동 단체 중심으로 제기되던 기후 정의 운동을 올해부터 거의 모든 기후 운동 세력이 수용하였다. 코펜하겐에 모인 모든 환경단체, 노동단체, 농민단체, 진보정당은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 정의’가 환경운동의 주도권을 한 번도 잡아 본적이 없는 것을 상기하면 ‘기후 정의’는 정말로 뜻밖의 성과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프레시안
6킬로미터로는 6도 상승을 막을 수 없어
코펜하겐 시내에서 협상장이 있는 벨라 센터까지의 6킬로미터 행진만으로는 파국적인 6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 독일, 호주, 인도네시아, 한국 등 100여 개 국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후 정의의 행진 거리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부족할지 모른다. 화석 자본에게 빼앗기고 정치인에 위임된 권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어떠한 희망도 없다.
당장 행동하고(Act Now), 기후가 아닌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 1부가 끝난 코펜하겐, 더 지켜볼 일이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실장(코펜하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