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유가족 오열 “이렇게 인정할 거면서

유가족 오열 “이렇게 인정할 거면서…”
…” 용산참사 협상, 근 1년 만에 타결… “1월 9일 장례식, 총리가 책임 인정하기로”09.12.30 10:56 ㅣ최종 업데이트 09.12.30 14:49         박상규 (comune) / 김도균 (capa1954) / 권박효원 (10zzung)


▲ 30일 낮 용산구 남일당건물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협상타결’ 발표 범대위 기자회견에서 사망한 남편의 영정사진을 껴안고 있는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4신 : 30일 오후 2시 30분]

만감 교차하는 유족들 “오래 기다렸는데 반쪽짜리 협상이라니”

용산 협상이 극적 타결됐다. 참사 345일 만의 일이다.

30일 유가족을 대표하는 용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측과 정부 쪽의 총리실․서울시는 정부 사과와 피해 보상 등에 대해 합의하고, 오는 1월 9일 희생자에 대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정운찬 총리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유가족 위로금과 용산 철거민 피해보상금, 장례 비용 등은 재개발 조합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또한 합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종교계 지도자를 포함한 이행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애초 범대위가 주장했던 임시상가 등 세입자 생계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지 못하고, 이후 제도 개선 과정에서 해결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도 합의되지 않았다.

범대위는 “장례 이후에도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뉴타운 재개발 제도 및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범대위 형식이었던 대응기구도 새롭게 구성해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일단 1월 25일까지 분향소가 설치된 남일당 건물과 범대위 사무실이 있는 레아 촛불미디어센터, 유가족들이 생활하는 삼호복집은 비워줄 예정이다.

이날 범대위 측은 낮 12시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합의 내용의 개요를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문안에 대해서는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서울시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 나온 보상액수에 대해서는 “오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협상 타결에 유가족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어떻게 이렇게 보내냐”면서 여러 차례 통곡했다.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는 “공식 타결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 장례 이후 일정을 만들어 진상 규명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했다.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는 “차가운 냉동고에 시신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뜻에서 결정을 내렸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유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는데 연말 하루 앞두고 (타결이) 돼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도 “오래 기다렸는데 반쪽짜리 협상이라니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들 이충연 용산4구역철대위원장에 대해 “아버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게 여겼던 아들과 다른 동지들의 석방을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고 윤용헌씨 부인 유영숙씨는 “우리는 돈을 바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 한대성씨 부인 신숙자씨는 “장례를 안 치러서 애들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아직 못 느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히다가 끝내 오열하기도 했다.

[3신 : 30일 오후 1시 30분]

유가족들, 국무총리 사과문 문안 확인하고 장례 결정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고 윤용헌씨의 부인 유영숙씨는 기자들에게 “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씨는 “아직까지 장례절차 이외에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사항은 없다”며 “1월 9일 장례를 치른 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감옥에 갇힌 7명의 철거민들이 석방되도록 모든 힘을 다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씨는 “어젯밤(29일) 미사가 끝나고 9시쯤 (정부 측으로부터) 대화를 하자는 제의가 왔으며, 국무총리의 공식 사과문 문안을 확인하고 난 뒤 새벽 3시경에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도 “사랑하는 남편들을 냉동고에 1년이 다 되도록 방치할 수가 없어서 유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타결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