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나라 ‘예산안 날치기’, 본회의도 강행 처리, 민주당 “의장 사퇴”를 외쳤을 뿐

한나라 ‘예산안 날치기’, 본회의도 강행 처리
새해 예산안 국회 통과
아침 변칙 예결위, 밤 8시 속전속결 본회의
정부안보다 1조 늘린 292조8159억원 처리
김형오의장 전격 상정…24분만에 탕 탕 탕!
한겨레         신승근 기자
        
292조8159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야당의 반발 속에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강행 통과됐다.

31일 밤 열린 본회의 예산안 표결에는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일부 무소속 의원만 참여했으며, 찬성 174, 반대 2,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에서 “원천무효”라고 외치며 표결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예산안의 예결위 처리를 민주당이 점거농성중인 예결위 회의장이 아니라 국회 본청 245호실에서 기습처리한데다, 예산부수법안 처리 이전에 예산 심사를 금지한 ‘세입예산 사전심사 금지’(국회법 제84조) 규정도 어겼다는 논란이 일면서 적법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아침 예결위 회의장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 장소를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열리던 본청 245호실로 변경했다고 긴급 통지했다. 이어 곧바로 아침 7시25분께 한나라당 예결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수정안을 기습처리했다.

이날 처리된 한나라당 수정안은 정부 원안 (291조7804억원)보다 1조355억원 증액한 292조8159억원이다. 세출예산은 정부안 202조8196억원에서 205조3312억원(2조5116억원 증액)으로, 기금은 정부안 88조9608억원에서 87조4847억원(1조4761억원 삭감)으로 조정됐다.

한나라당은 최대 쟁점인 4대강 예산의 경우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3조5000억원) 가운데 2800억원, 수자원공사 이자보전금(800억원) 가운데 100억원 등 모두 4250억원을 삭감했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한 보의 개수와 높이, 준설량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민주당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처리는) 어쩔 수 없었다”며 예산안 예결위 처리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8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상정해 표결을 강행했다.

그러나 야당은 한나라당의 회의장 변경은 2002년 3월 심재철 예결위원장 등 한나라당 주도로 도입한 날치기 금지 법안을 무력화하고, 예산부수법안의 법사위 통과 이전에 예산안 사전심사를 금지한 국회법 제84조를 어긴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결위 회의장을 변경해 날치기를 한 것은 불법이고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김형오 의장 사퇴”를 외쳤을 뿐 표결 자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진 않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뒤 법사위에 계류중인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등 9개 예산부수법안을 직권상정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야당은 국회의장이 법사위가 산회한 뒤 9개 예산부수법안의 심사기간을 지정했기 때문에 국회법의 ‘1일 1회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원천무효라고 주장해,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장은 또 첫 심사기한 지정 때 빠뜨렸던 지방교부세법과 지방재정법, 인지세법 등 나머지 예산부수법안 10건에 대해서는 1일 새벽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처리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기사등록 : 2009-12-31 오후 09:11:14 기사수정 : 2010-01-01 오전 03: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