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원점으로 돌아선 <`글리벡’ 논쟁>

원점으로 돌아선 <`글리벡’ 논쟁>

복지부, “판결 검토후 항소 결정”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다국적 제약사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정부의 보험약가 강제인하에 대해 법원이 제약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글리벡 논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2일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 보험약가 인하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인하된 약가 산정이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원고인 한국노바티스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백혈병 환자가 한달에 300만원 이상을 쓴다는 값비싼 글리벡 약값 인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 복지부는 지난해 9월 글리벡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약제급여조정위를 거쳐 이 약의 보험약가를 14% 인하하도록 고시했다.

   재판부는 이날 “당초 글리벡 100㎎의 상한금액 2만3천45원은 미국 등 서방 7개국 평균가로 정해졌으므로 과대평가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약값 강제인하는 부당하다는 한국노바티스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재판부는 또 “글리벡 400㎎이 시판되는 나라에서도 평균가격이 글리벡 100㎎의 약 3.95배에 달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약제 상한금액 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국내 백혈병 환자 가족 뿐 아니라 유사한 사례를 갖고 있던 다른 나라도 주목하고 있던 판결이었던 만큼 전세계적으로도 적잖은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결정을 의약.보건 단체들은 약가결정의 독립성에 대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법리적 요청 내용과 판단 내용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승패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뒤 14일 이내에 패소 원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전부터 패소시 항소 입장을 밝혀왔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약가조정 기능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면밀한 판결문 및 법률 검토를 거친 뒤 항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약가협상을 진행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글리벡 400mg의 미도입으로 인한 피해까지 포함해 글리벡 약가의 37.5∼51.5%의 인하사유가 있다고 밝히며 인하사유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약가협상 상대였던 노바티스는 선진 7개국 조정평균가를 내세우며 줄곧 법적대응 입장을 밝혀왔다.

   노바티스측은 한때 글리벡 공급거부 입장을 밝히다 국내 환자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글리벡 가격을 관철하려 애써왔다.

   의약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복지부 장관 고시를 무력화시키는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는 우려스러운 결정”이라며 “정부의 항소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