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ariant of CJD’ 번역 뭐가 맞나
1심법원 “인간광우병” 판결하자
정지민씨 재반박 “vCJD 아니다”
전문가들 “정씨 주장 설득력 없다”
권귀순 기자
‘a variant of CJD’는 ‘인간광우병’을 뜻하는 표현인가 아니면 단지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의 일종이란 의미인가?
<조선>과 <중앙>은 21·22일치 지면에서 번역가 정지민씨의 입을 빌어, ‘a variant of CJD’를 인간광우병으로 해석한 재판부의 판단을 반박했다. 정씨는 ‘a variant of CJD’는 ‘CJD의 일종’이란 뜻이며 vCJD가 아니다, 인간광우병을 뜻하는 ‘vCJD’는 ‘variant CJD’로 쓴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영어 사전을 보면 ‘variant’는 ‘변종’, ‘다른 형태’란 의미이다.
‘피디수첩’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레사 빈슨 어머니가 인터뷰에서 말한 ‘a variant of CJD’는 “미 농무부 연방관보, 미 질병통제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인간광우병인 ‘vCJD’를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정씨는 자신이 CJD라고 번역한 것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vCJD로 고쳤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vCJD를 뜻하는 a variant of CJD를 정씨가 단순히 CJD로 번역했다고 본 것이다.
정씨는 이에 대해 22일치 조선 인터뷰에서 “우리가 CDC(미국 질병통제센터)에 직접 문의한 결과 ‘a variant of CJD’는 ‘a type of CJD’(CJD의 한 형태)를 의미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21일치 중앙 인터뷰에서도 정씨는 “그건(‘a variant of CJD’는) ‘CJD의 일종’이라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vCJD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병명의 역사를 되집어봤을 때 정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국장은 “백만명 중에 한두명 걸리는 s, f, i 등 세 종류의 CJD가 발견되고 난 뒤, 오염된 쇠고기를 먹은 인간에게서 발견된 CJD를 새로운 변종이라 하여 ‘new variant of CJD’라고 불렀고, 이후 ‘new’의 ‘n’이 떨어져 그냥 vCJD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학술논문에도 ‘a variant of CJD’와 ‘vCJD’를 병기해서 쓰며, a variant of CJD와 variant CJD를 같은 의미로 동시에 쓴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의대 교수는 “통상 variant라는 표현은 인간광우병을 뜻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문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 전체 맥락을 봐도, ‘a variant of CJD’가 인간광우병(vCJD)임은 명백하다. ‘a variant of CJD’가 언급된 장례식장 2권짜리 테이프에는 “인간에게 걸리는 광우병”이라는 부연설명이 나온다. 또 다른 녹취록에서도 “우리 딸이 vCJD에 걸렸다면, 매우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요.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3명뿐이고, 우리 딸이 그 셋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요”라고 했다. 백만명 중에 한두명 걸리는 세종류의 흔한 CJD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인간광우병’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빈슨 유족이 제기한 의료소송 서류에서도 진단명이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라고 분명히 쓰여 있다.
피디수첩 쪽은 “vCJD를 CJD로만 옮긴 자신의 오역을 궁색한 변명으로 뒤집으려는 언론플레이”라고 일축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