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불법 낙태 처벌’ 논란 점화, 프로라이프 의사회, 병원 3곳 검찰 고발

‘불법 낙태 처벌’ 논란 점화
프로라이프 의사회, 병원 3곳 검찰 고발
여성계 “사회환경 개선 노력부터” 반발
한겨레         김양중 기자 이완 기자
        
불법 낙태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부인과 병원 3곳을 지속적으로 불법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여성운동 단체들은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발에 반대하는 태도를 밝혀, 불법 낙태 처벌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낙태에 반대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3일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3곳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달 의사회의 낙태 구조·제보센터에 접수된 병·의원 가운데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선정해 고발장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의사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불법 낙태 근절 자정운동으로 많은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중단해 정부의 불법 낙태 단속을 기다렸지만,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부 병원에만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심화돼 병원들을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그동안 하루 1000명 이상의 태아가 불법 낙태되는 것을 방치해온 정부가 이제라도 그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내놓지 않으면 불법 낙태에 대한 고소·고발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계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운동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해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낙태 가운데 90% 이상이 아이를 기를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거나, 결혼 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어, 고발한다고 해서 낙태가 근절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특히 낙태 시술 병원에 대한 고발이 오히려 무면허 시술자에 의한 음성적인 낙태를 불러와 여성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게 하려면 피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가 가능하거나, 10대와 비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한부모가족 아이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며 “국가의 처벌 강화만이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이완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