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재파병’ 끝내 졸속 강행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ㆍ‘2년6개월간 아프간 파병’ 국회 처리
ㆍ유례없는 장기파병…국제정세·국가이익과 배치
ㆍ야당·시민사회 반대 여론 확산, 진통 계속될 듯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7월부터 재파병이 이뤄지게 됐다. 2007년 12월 완전 철군한 이후 2년6개월만의 재파병이다.
민 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 4당 의원과 참여연대를 포함해 69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이 25일 국회 본청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 우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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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안은 아프간 파르완주에서 활동할 지방재건팀(PRT)을 경호·경비하기 위한 350명 이내의 국군부대를 보내고, 파병 기간을 올 7월1일부터 2012년 12월31일까지 2년6개월로 한다는 게 골자다.
이번 파병 결정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7년 아프간 저항세력인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 사건을 계기로 완전 철군을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실제로 같은해 12월 국군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프간 파병 계획을 전격 발표한 이후 ‘속도전’으로 파병을 추진하면서 재파병을 해야할 어떤 사정변경이 있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 기여와 보편적 의무 수행이라는 당위론을 내세우지만 ‘약속 파기’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탈레반 등 과격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파병 기간을 2년6개월로 늘린 것도 문제다. 과거에는 파병 기간을 1년 단위로 하고 필요시 국회 동의를 받아 연장하는 방식이었지만, 2년6개월의 장기간 파병은 “국제정세와 국가이익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2년6개월은 유례가 없다”(유승민 의원)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정부는 장기간 파병이 테러 위협을 낮출 것이라는 논리를 펴지만 아프간 전황이 더욱 불안해지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아프간에선 교전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상자가 늘고, 최근에는 미군과 나토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1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장기간 파병은 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 외국 병력이 잇따라 철군 계획을 발표하는 등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쟁 당사자인 미군이 내년 7월부터 철군을 시작하고, 2000여명을 파병한 네덜란드는 당장 오는 8월부터 철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희생자가 100명을 넘은 캐나다도 내년까지 2800명 전원을 철군시키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파병이 이뤄질 경우 인명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PRT가 전투와 무관한 평화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아프간 현지에선 전투군과 비전투군의 구분이 어렵고, 탈레반은 PRT를 ‘점령군’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탈레반으로부터 공격의 표적이 될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간사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아프간 주민들은 PRT를 재건팀이 아닌 침략군으로 생각하고 있어 PRT가 아프간 재건과 인도지원 사업이라는 본래 취지에 상반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며 “아프간 파병은 장병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파병안이 통과되면서 3월 중순까지 파병인원 선발을 완료하는 등 본격적 준비에 착수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러나 ‘파병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펴기로 해 파병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