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노동자, 백혈병으로 또 사망

노동자, 백혈병으로 또 사망
경향닷컴 손봉석 기자 paulsohn@khan.co.kr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입사 3년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숨졌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박지연씨가 31일 오전 입원 중이던 강남 성모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날 사망한 박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2004년 12월에 삼성에 입사했으며 200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공장에서 도금이 잘 입혀지도록 플럭스(flux) 용액과 고온의 납 용액에 반도체 본체를 핀셋으로 잡고 넣었다 꺼내는 작업과 방사선이 발생하는 엑스레이 기계로 제품을 검사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최근 10년간 삼성반도체에서 일어난 백혈병 피해자 중 8번째 사망자다. 그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급성백혈병 등 조혈계 암에 걸린 노동자는 22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그동안 이들의 죽음과 발병에 대해 “업무환경과 관련이 없다”며 개인질병으로 주장해 왔고 유족들의 산재인정 주장에 대해서도 거부해왔다.

숨진 박씨를 포함해 6명의 환자 및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으나 공단은 이들이 얻은 병과 삼성반도체 공장의 환경 사이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지난 1월에 서울행정법원에 ‘요양급여 불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과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불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상태였다.

이런 노동자들이 사망에 대해 진보신당은 논평을 통해 “잇따른 노동자 백혈병 사망에 거대기업 삼성은 책임 다해야 한다”며 “최근 이건희 회장이 ‘지금은 위기’라며 전격 복귀했지만,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이야말로 진짜 위기임을 삼성은 깨닫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회당도 “또 하나의 죽음, 삼성”이라며 삼성의 광고문구를 빗대 항의한 후 “항상 세계 1위를 부르짖지만 정작 삼성전자 일터에는 죽음의 그림자만 도사리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음의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릴지 알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또 시민단체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도 이에 대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사람 중 백혈병으로 사망·투병 중인 사람은 2009년 12월까지 확인한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 발생자만 22명이나, 삼성전자는 단 한명의 산업재해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