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내가 아파봐서 아는데 이건 죽으라는 거다” 인터뷰 의료법 개정반대 앞장선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내가 아파봐서 아는데 이건 죽으라는 거다”
[인터뷰] 의료법 개정반대 앞장선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10.04.23 14:15 ㅣ최종 업데이트 10.04.23 14:28         성하훈 (doomeh) / 남소연 (newmoon)

#장 면1. 서울 한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지방 거주 A씨는 재진부터는 병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을 화상 채팅을 통해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고 있다. 진단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한 후 개인의 휴대용 혈압계나 혈당계 등 의료기구로 수치를 알려주면 화면 속 의사는 처방전을 발행해 준다.

그러다보니 굳이 동네병원을 이용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가 발전하다보니 작은 동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간혹 의사의 오진이나 증세 전달에 오해가 생겨 문제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지만.

#장면2. B 병원은 병원의 안정적 경영을 돕기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의료를 제외한 병원내 식당과 편의점 등의 관리를 해 왔으나 법이 바뀌면서 분야가 넓어졌다. 병원의 각종 물품 구매와 인사, 재무 등 운영을 관리해 주면서 연예인 기획사나 프랜차이즈 사업체들처럼 다른 몇몇 병원에도 안정적으로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조언 해주고 있는 중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병원들에게는 돈까지 빌려주면서 경영을 돕고 있다. 그렇게 빌려준 돈은 사실상의 투자금 역할을 했고 나중에는 지분과 같아졌다. 자연스레 또 다른 병원의 주인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경영을 돕는 일이 자연스레 이득을 안겨주면서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줬다.

#장면3. 병 원 운영이 어려워 지탱하기 힘들었던 동네 C병원은 결국 덩치 큰 B병원에 의해 인수됐다. 기업이 합병되듯 병원 또한 인수합병이 허용되며 B병원의 규모를 키운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D병원과 E병원도 합병되면서 B병원의 몸집은 더욱 불어났다.

환자가 몰리면서 돈이 몰렸고, 병원의 이익 또한 높아지기 시작했다.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도 제공하니 병원이 커나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공익을 추구해야 할 병원은 어느 순간 이익을 극대화하는 영리 병원으로 변해 있었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특별법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해 한 것 등도 의료 현실을 변화시킨 바탕이었다.(새사연 ‘병원경영지원회사 허용 논란의 배경과 문제점’ 참고)

의료민영화 아니라는 정부 주장 못 믿는 이유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 관련 문제는 바로 이런 부분들이 핵심 쟁점이다.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병영 경원 지원 사업’,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등을 놓고 의료계는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 민영화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정부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며 시대적 흐름에 따르는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며 단단히 못을 박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리병원과 민영의료보험 도입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끊임없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의료 민영화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는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를 막기 위해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도 결성된 상태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계속 이의제기를 할 태세다. 가장 맨 앞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사람은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절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고 있는데, 왜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팠던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 듯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이었던 곽 의원은 “장애인으로서 환자 생활을 많이 했기에 이번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교육과 의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곽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 영리화와 민영화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밝히고,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법 개정안이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입법 저지 활동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곽정숙 의원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내가 환자로 살아왔기에 약자인 그들을 보호하고 싶어”

- 의료법 개정 저지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별히 앞장서게 된 동기는?

“민주노동당에서 무상교육과 무상 의료를 강조해 오고 있을 만큼 교육과 의료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최소한 의무적으로 보장해 줘야할 책임을 놔버리고 너희들끼리 경쟁해서 알아서 해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 것을 약육강식 논리에 맡길 수 없다.

그야말로 ‘돈을 써야만 하는 약자 편에 서 있을 것이냐 아니면 자율경쟁을 통해 의료를 산업화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 편에 서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다. 내가 오랫동안 환자로 살아왔고 국민 상당수가 환자로 살아가는 상황에서 약한 이들을 보호하고 싶다. 내가 그런 입장에서 다른 의원님들 보다 생각이 조금 강한 것 같다.”

-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하려는 궁극적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의료산업화라고 산업을 통해 노동과 의료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노동이라기보다 경영의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겠다고 보는 것이고 국가의 책임을 축소시켜 적도록 하고 예산이든 어떤 부분이든 부담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의 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는 의료 영리화가 아니다, 민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특별법을 통해 그것들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원격진료, 병원경영합리화, 부대사업확대, 병원 합병이 핵심인데, 그 말은 병원을 경영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합병을 쉽게 해주는 것은 병원 대형화를 통해 중소 병원을 죽이는 행위와도 같다. 환자를 생각하는 행동이 아니다.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의료시장이 수월하게 가도록 길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 의료법 개정 반대와 관련해 이해 관련 기관의 로비 등은 없는가.

“그런 것은 없다. 시민단체 등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의료계 직접 적인 관계자들은 제가 쉬울 것 같지 않으니까 와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은 충분히 수렴하고자 한다. 현장에 찾아가서 지켜보고 이야기 들으면서 현실적 어려움들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계적 제한적으로 하던 게 어느 순간 확대될 것 뻔해”

- 최근 상임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는 u-헬스와 관련한 시대적 흐름이다”라고 했던데, 이 답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격의료가 시대적 흐름이고 제한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댐도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이 아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조금씩 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접근성 떨어지고 열악한 곳에서 제한적으로 하겠다지만 어느 순간 언제 지역적으로 확대될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이다. 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하면 아주 쉽게 모든 규제 제한을 풀면서 원격의료가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의료장비 등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새로 시작을 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 의료민영화 입법 저지에 관한 국민청원 30만 명의 서명을 받았는데, 민주당 쪽 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국민 청원한 범국본에서 민주당에도 법안 소개의원으로 참여해 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지난번 집회하면서도 요청했지만 참석하거나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의료 영리화에 대한 당론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경제자유구역 의료 영리화에 대한 특별법이 통과 됐는데,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의료 민영화 법안 발의했더라. 아마 자신의 지역구다 보니 지역 경제와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에 법안에 동의한 것 같다. 선거에 나서려다 보니까 의료 영리화가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상임위 안에 생각을 함께하고자 하는 의원들도 여럿 있다. 다만 영리화가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다보니 적극적으로 당론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지난 2월 대표연설에서 ’1인당 1년 의료비 총액이 100만 원을 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 법안의 통과를 다짐했다. 추진되고 있는 상황은?

“민주노동당 정책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이지만 현실적으로 무상의료가 돼 있지 못하다. 그래서 자기 부담금 없이 건강보험금 하나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전단계로 상한제를 도입해서 본인 부담을 100만 원까지로 제한하는 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본인 부담이 적어지면 건강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역 설명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고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무상급식 부분에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못하고 있지 않나. 국민이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100만 원 상한제도 국민이 잘 모르고 있지만 내용을 정확히 알게 된 국민들이 요구하면 정부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서민 지향한다면서 국민적 입장에는 서 있으려 하지 않아”

-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적자가 날 것 같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이나 의료 현실이 어떤 식으로 개선 발전돼야 한다고 보나.

“건강보험이 지금 적자가 나는 요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과잉진료 과잉투약이다. 병원에서 약을 많이 쓴다. 자꾸 처방을 해줘야 보험료 통해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대안으로 행위별 수가가 아닌 한 사람에 대해 수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현행 수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진료횟수가 아닌 개인 주치의 제도를 활성화 시키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10번 진료보다는 5번 진료로 끝내야 더 이익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적게 투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 적자 요인 중 또 하나는 치료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예방을 통한 것은 없고 아팠을 때만 치료한다. 그래서 행위 수가 제도를 주치의 제도로 개선하고 예방을 강화해 나가면 건강보험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의료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등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정당들에 의해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한나라당과 물밑작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통과시킬 확률이 높다. 서민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면 이래서는 안 될 것인데 국민적 입장에 서 있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만일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무심하게 넘어간다면 충분히 통과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 박은수(민주당), 유원일(창조한국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들과 함께 ‘의료영리화 저지 및 이료 공공성 확대를 위한 국회의원 공동행동’을 제안했다.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가?

“국회의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모임이다. 제안을 했더니 네 분이 들어오셨다. 더 많은 의원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실상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듯이 국회 안에서도 보건복지상임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 위원들에게도 상황을 정확히 알려서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의원님들이 이 실상을 아셔야 한다. 법에 찬성을 누를지 반대를 누를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내용을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각 지방 정부가 시행해야 할 의료복지 정책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사례를 제안해 줄 수 있나?

“필수예방접종을 예로 들겠다. 필수예방접종은 지자체가 지원을 해서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거나 없애줄 수 있는 부분이다. 예방접종을 보건소에서는 무료인데, 일반 병원에서는 자기 부담료를 내야 한다. 예컨대 강남같은 곳에서는 돈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지자체들이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는 다 부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들도 부담을 확대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의료 약품 리베이트 건강 보험 적자 큰 요인”

- 의료보험의 민영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지난 10년간 국내 개원의들과 종합병원들은 ‘보험수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한다’느니, ‘병원의 청구금액을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에서 삭감해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다’느니,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의료가 망하고 의사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병원 측의 입장을 들으면 그렇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쉽게 말해 1000원 받아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을 대형병원 측은 2000원을 요구한다. 이것을 그냥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의료 약품에 대한 리베이트도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가져오는 큰 요인이다. 지금도 병원과 제약사가 환자들을 빌미로 돈을 많이 벌고 있지 않나.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벌기 위해서 죽겠다 죽겠다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환자들의 입장은… 만약 아버지가 아프다고 치자. 그러면 재산 다 털어서라도 있는 것 다 쏟아 넣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정서다. 그래서 낫게 할 수 있는 큰 병원 명의들에게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런 상황 때문에 돈을 못 버는 작은 병원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면 맞는 말이다. 차라리 이런 병원들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형병원은 의료수가를 더 낮춰주고 차등화 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의료법 개정안에 ‘환자’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러한가.

“예를 들어 원격 진료의 경우 진료를 허용하고 있을 뿐 실제 필요한 인프라 즉 화상 장비 나 환자 상태를 측정하는 장치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필요한 장비들은 사실상 환자가 다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이나 컴퓨터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그래서 앞서 말한 주치의 제도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집 옆에 있는 병원이 나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고 제일 잘 보더라’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굳이 대형종합병원으로 몰리지 않더라도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