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궁지에 몰린 전재희 장관 경제부처 장차관, 총리실장까지 나서 복지부 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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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외국인 환자 유치가 더 잘되지 않겠느냐” (권태신 총리실장)
“아니다,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은)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신 지식경제위원회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역 내 영리병원 설립 관련 절차법 등을 논의하면 되지 않나?”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
“의료 기관과 관련됐기 때문에 당연히 보건복지위에서 해야 한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의료시장에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 민간이 주체가 되면 효율이 높아질 수 있지 않겠나?”(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28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을 두고 경제부처 장, 차관들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회의 안건은 “외국인 환자 유치현황 및 향후 개선방안 논의”였지만 자연스레 영리병원 허용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회의 좌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윤 장관은 회의 시작 전 모두 발언에서 “미용 성형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의료 분야를 활용해 환자를 유치하면 의료 시장이 커질 수 있다” 면서, “싱가포르가 외국인 환자를 46만명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고,미국, 중국 등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 지자체 특화 의료기술과 관광을 결합하는 적극적 환자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포문을 연 것은 권태신 총리실장(장관급)이었다.
권 실장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외국인 환자 유치가 더 잘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전 장관은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맞받았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도 논의에 가세했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이 특별법으로 허용돼 외국 병원들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는데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관련 절차 등이 계류 중이어서 사실상 중단돼 있는 상태라는 것.
김 차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대신 지식경제위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역 내 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한 법안을 다뤄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영리병원 보건복지위 대신 지경위에서 논의해달라
이에 전 장관은 “의료기관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지식경제위가 아닌 보건복지위에서 하는 게 맞다” 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모 의원은 “여당 의원 내에서도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해 논의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지경위로 가져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칫 영리병원 논란이 또 다시 전재희 장관과의 마찰로 빚어질까 말을 아끼던 윤증현 장관도 “의료시장에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며 “민간이 주체가 되면 효율이 높아질 수 있지 않겠나?”고 우회적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 원래 안건인 외국인 환자 유치 대신 영리병원 논의 대부분
해당 부처에서는 이날 회의의 내용이 영리병원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영리병원과 관련해서는 깊이 다뤄지지 않았고, 결론이 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권태신 실장 역시 CBS와의 통화에서 “영리병원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슈가 아니었으며 총리실에서도 따로 준비하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원래 안건인 외국인 환자 유치보다는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었다”며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영리병원 허용을 본격 추진 방침을 밝힌 이후(CBS노컷뉴스 4월 19일 보도) 정부는 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찬성, 반대 단체와 관계자 등을 만나 정책을 설명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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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허용에 찬성하는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지방선거 이후 본격 추진이 가시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대 쪽의 한 교수는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며 “제2의 세종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