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스앤뉴스 천주교 23년만의 대규모 명동시국집회,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 선언”

천주교 폭탄선언 “지방선거에서 4대강 심판”
23년만의 대규모 명동시국집회,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 선언

2010-05-10 18:02:32 기사프린트기사모으기의견보내기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4대강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천주교 시국집회가 열렸다. 명동성당 본당 안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미사가 열린 것은 1987년 6월 민중항쟁이래 꼭 23년 만의 일이다.

4대강사업 강행에 대한 국민 분노가 얼마나 거센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특히 천주교는 이날 6.2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을 선언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4대강사업저지를위한천주교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ㆍ수도자 5005인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에는 전국 교구 사제 1천580명, 남자 수도회(수도사제 포함) 282명, 여자 수도회 3천143명 등 사제와 수도자 5천5명이 참여했다. 이는 지난 3월 8일 1100여 명의 사제가 참여한 1차 선언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 규모가 5배나 커진 숫자다.

천주교연대는 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는 한국 천주교 사제들과 주교들의 환경파괴와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과 우려를 단지 소통의 부재로, 단지 일방적으로 설득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긴다”며 “우리의 외침은 창조주 하느님의 생명 가치에 대한 선포이자, 종교인의 양심선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천주교연대는 “한국 천주교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생명 경시풍조에 대한 우려였다”며 “이 정부는 생명의 가치보다는 물질ㆍ풍요ㆍ소비ㆍ개발ㆍ자본의 가치에 더 기울어 죽어가는 강과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자연 형제들의 신음소리에 귀 막았다”라고 이명박 정권을 질타했다.

천주교연대는 “6ㆍ2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에 적극 참여해 강의 생명을 약속하는 후보를 식별하고 선택해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며 “이러한 우리의 투표 참여와 후보자 식별은 정치적 개입이 아닌, 불의한 사회적 상황에 대항해야 하는 신앙인의 의무이며, 교회의 가르침, 정의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4대강사업 반대 중단을 촉구한 선관위에 대해서도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은 이 정부가 선거 기간 중에도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며 “정부와 선관위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종교·시민단체들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 압박을 중단하고,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는 “4대강사업 멈춰”라는 대형 현수막과 함께 “6월2일 투표 참여”라는 대형현수막도 함께 등장해,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는 6.2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심판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날 집회에는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후보가 참석해 문규현 신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야당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서 ’4대강 사업중단을 촉구하는 사제ㆍ수도자 2차선언’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연대는 국토해양부에 4대강 사업의 찬반 전문가들이 모여 가감없이 사업의 내용을 알리는 공개 생방송 토론회의 개최를 제안하는 한편, 전국의 사제들에게는 매주 수요일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권역별로 기도회와 대자보 게재, 강 순례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한강 권역에서는 이날부터 철야기도회를 하고, 6월부터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평신도 중심 침묵기도회를 하며, 정의구현사제단은 17일부터 단식 기도회에 돌입한다.

선언문 발표에 앞서 명동성당 본당과 꼬스트홀, 성당 앞마당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ㆍ평화미사가 열렸다. 천주교연대에 따르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이날 명동성당 들머리 반대편에서는 천주교평신도모임이라는 단체 소속 20여 명이 천주교연대의 선언문 발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거대한 인파 앞에 왜소한 모습만 노정했다.

천주교는 이날 저녁 7시를 기해 퇴근하는 신자 및 시민들과 함께 집회를 갖는다는 계획이어서, 참석자 숫자가 수만명으로 불어나면서 사실상 장외집회로까지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서 ’4대강 사업중단을 촉구하는 선언을 하고 있는 사제ㆍ수도자들. ⓒ연합뉴스

◀ “4대강사업 멈춰”, “6월2일 투표참여” 등의 종이팻말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의 사제·수도자 5005인 선언문 전문.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ㆍ수도자 5005인의 선언문’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47,9)

지난 3월 8일(월), 우리는 전국의 가톨릭 사제 1천 백여명과 함께 예언자적 소명과 사제적 양심으로 이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12일(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한국 천주교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생명 경시풍조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한 사회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공동의이익과 선을 위한 가치 기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생명’의 가치입니다. 이 정부는 생명의 가치보다는 물질의 가치, 풍요의 가치, 소비의 가치, 개발의 가치, 자본의 가치에 더 기울어, 죽어가는 강과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단양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꾸구리,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같은 자연 형제들의 신음소리에 귀 막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다시 이곳 명동성당 들머리에 섰습니다. 한국 천주교 사제들과 주교들의 환경파괴와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과 우려를 단지 소통의 부재로, 단지 일방적으로 설득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우리의 외침은 창조주 하느님의 생명 가치에 대한 선포이자, 종교인의 양심선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위해 모였습니다.

강은 단지 흐르는 물이 아닙니다. 어항이 아닙니다. ‘강’에는 땅과 물과 동.식물, 그리고 주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은 산과 들과 갯벌과 바다를 연결하는 자연의 메신저입니다. 때문에 그 강가의 모든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일은 우리 신앙인들의 몫입니다. 의무입니다. 소명입니다. 정치적 개입이 아닌 “사회적 부정행위와 기만적 술책에 대항하는 정의의 요구”(가톨릭 교리서 1916항)입니다.

우리는 이 강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임을 느낍니다. 속살이 드러나 파헤쳐지는 강과 강변, 강바닥의 아픔이 마치 우리의 겉살과 속살을 벗겨 내는 것 같은 처절한 아픔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느꼈을 그 고통입니다. 강의 죽음도 또 다른 십자가상 죽음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죽음의 공포와 생명 경시 풍조, 그리고 육중한 물질과 물량중심의 경도된 가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기도하며 실천할 것입니다.

- 우리의 요구와 다짐-

1. 지난 4월 금강 생명.평화미사에서 제안한 4대강 공개토론에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지난 5월 7일 ’4대강 사업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를 요청해왔습니다. 우리는 이 공개토론회에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찬성, 반대 전문가들이 모여 가감 없이 투명하게 사업의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공개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2. 우리는 6.2 지방선거에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에 적극 참여해 ‘강의 생명’을 약속하는 후보들을 식별하고 선택할 것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사회적 부정행위이지, 기만적 술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할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투표 참여와 후보자 식별은 정치적 개입이 아닌, 불의한 사회적 상황에 대항해야 하는 신앙인의 의무이며,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정의의 실천입니다.

3. 우리는 오늘 명동 생명.평화미사를 마치고, 이곳 명동 들머리에서 있어 온 생명.평화미사를 마무리하고,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권역별 기도회와 강 순례를 이어갈 것입니다. 또 전국의 사제들에게 매주 수요일에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을 청합니다. 신자 여러분들에게도 매주 금요일에 강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한 한 끼 단식, 그리고 매일 생명의 강을 위한 묵주기도를 봉헌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우리 기도의 힘은 결국 이 강을 살릴 것입니다.

4. 현재 선관위는 각 지역 천주교 성당에 게시된 현수막과 서명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해 압박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은 이 정부가 선거 기간 중에도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고 단언합니다. 정부와 선관위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종교,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 압박을 중단하고,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어야 합니다!

2010년 5월 10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조해붕(한강 권역) 상임대표. 서상진 집행위원장 신부. 박창균 신부(낙동강 권역). 김재학 신부(영산강 권역). 임상교 신부(금강 권역), 오영숙 수녀(여자 수도회 대표), 김정훈 신부(남자 수도회 대표), 변연식 대표(평신도 대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의 사제·수도자 5005인 일동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2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