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민영화와 한미 FTA가 만나면…”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 인천공항 민영화 분석 연구 발표회 열어
기사입력 2010-07-12 오후 8:32:45
공기업 민영화 논쟁의 중심에 있던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매각이 올해 안에 현실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분 매각을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인천공항공사법 및 공항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적어 공항공사의 상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기관·공기업 민영화 계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천공항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발표 이후 38개 기관이 민영화·통폐합 절차를 밟았고 올해 이후에도 산업은행 등 15개 곳의 상장 및 지분 매각이 예정되어 있다. 여론이 뒤바뀌면 인천공항 민영화도 급물살을 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이 강한 공항사업이 민영화된 결과에 대한 논의는 묻히기 쉽다.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와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동북아 항공사업과 한국 허브공항의 발전 전망’ 연구발표회를 열고 “허브공항 육성과 이를 통한 국민 경제의 시너지 효과라는 정책적 목표로 세워진 인천공항과 민영화 계획은 명백히 충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하네다·나리타 공항 등 ‘허브화 전략’을 추진하는 일본 공항의 사례를 들어 “일본에서 추진되는 민영화는 민간에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단기적 이익을 보장하는 지분 매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일본의 민영화는 소유는 유지하되 경영을 효율화해 정부의 재정압박을 줄이면서도 공적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한국의 공사(公社) 개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용복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의 히드로, 호주의 시드니, 그리스의 아테네 공항 등 이미 민영화된 공항의 국제경쟁력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민영화된 공항들은 공통적으로 주주를 위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민영화는 개별 기업으로서의 수익성을 높이지만 항공요금 인상 및 서비스 질 저하, 공항 발전의 정체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정부의 허브화 정책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지분을 매각하면 국제항공수요에 대한 민간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또한 시설확장을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되어야 할 공항 수익금이 이익배당으로 유출돼 시설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민영화 되면 한-미 FTA 협상에 들어 있는 투자자-국가제소제도(ISD)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인재 인하대학교 교수는 “투자유치국인 한국 정부가 인천공항 주식을 매수한 미국인 투자자에 대해 가격 규제 등을 취할 경우 제소나 중재신청을 막을 수 없다”며 “이는 지분매각 후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가격규제, 서비스 규제 및 투자규제를 취할 수 있는 정책 재량권이 대폭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천공항의 대안적 목표 및 전망은 허브화와 공공성을 지키는 국민 공항”이라며 “민영화에 따른 지분 매각의 방식으로는 인천공항의 장기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자체 수익강화와 역량 축적을 위해 아웃소싱의 내부화 전략, 민주적 공항운영을 위한 공공참여적 이사회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봉규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