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동성애=에이즈”? ‘바른 성문화’? 무지와 편견부터 벗지!

“동성애=에이즈”? ‘바른 성문화’? 무지와 편견부터 벗지!
[우석균 칼럼] 김수현 작가를 지지한다

기사입력 2010-10-01 오전 9:27:07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 연합’(이후 ‘바성연’)이라는 단체가를 겨냥해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운운하는 제목으로에 광고를 낸 것을 뒤늦게 알았다. 광고 내용을 살펴보니 가관도 아니다.

우선 의견 광고를 내려면 최소한 ‘사실’ 관계는 맞아야 하지 않을까. 이 광고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 아니다. 이 광고는 주장한다. “UN 보고에 의하면 에이즈(AIDS) 환자 160만 명 중 50%가 동성 간 성 접촉에 의한 것”이라고.

첫째 도대체 ’160만 명’이란 것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2008년 유엔(UN)에이즈계획(UNAIDS)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전 세계 HIV 감염자 또는 에이즈 환자는 3300만 명 정도다. 한해에 사망하는 에이즈 환자만 해도 210만 명에서 300만 명 정도다. 도대체 ’160만 명’은 어떤 유엔 보고서에서 나왔다는 것인가?

▲ 2006년 현재 전 세계 HIV 감염자의 지역적 분포. ⓒ세계보건기구

둘째 “에이즈 환자 중 절반이 동성애자”이고 그것도 유엔 보고에 의한 것이라고?

위 그림이 유엔 보고에 의한 전 세계적 HIV/에이즈 분포 지도다. 붉은 곳이 가장 감염률이 높고 하얀 곳일수록 감염률이 낮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HIV/에이즈 환자 중 67%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산다. ‘바성연’의 주장이 맞다면 아프리카에는 동성애자가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말인가? 또 동성애 결혼이나 동거가 합법인 유럽에는 왜 에이즈가 창궐하지 않는가?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에서는 여성의 HIV 감염률이 남성의 감염률의 두 배 이상 되는 나라가 많으며 통틀어서 보면 여성의 HIV 감염률이 60%다. 도대체 에이즈 환자 중 절반이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HIV 감염이 제 3세계에 집중되어있는 것에서 명확히 보이듯이 최대의 원인은 바로 가난일 뿐이다.

셋째 “동성애자 에이즈 감염률이 일반인에 비해 730배”라고? 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이야기다.

여기서 잠깐 세계보건기구가 이야기하는 “안전한 성”(safe sex)에 대해 알아보자. 간단히 줄여 말하면 안전한 섹스는 4가지다. 1) 평생 동안의 금욕 2) 이성애든 동성애든 평생 동안 상호 단 한 사람의 성적 배우자와의 성행위 3) 성기를 사용하지 않는 성행위 4) 콘돔이나 페미돔을 사용하는 모든 성행위.

1번은 넘어가자. 2번 즉 ‘평생 동안 상호 단 한사람의 성적 배우자’라고 할 때 중요한 점은 두 가지인데 ‘상호’라는 것과 동성애와 이성애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동성애자라도 평생 두 사람만 잘 살면 HIV 감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반대로 ‘바성연’이 말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바른 성문화’인 이성애자라도, 또 그/그녀가 평생 동안 혼자 ‘정절’을 지킨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 해답은 4번 즉 콘돔이나 페미돔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엔 즉 세계보건기구와 UNAIDS에서 이야기하는 “안전한 성”이다. 여기서 동성애와 이성애의 구별은 안전한 섹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730배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무지를 조장하는 ‘바성연’과 같은 사람들이 HIV 감염을 퍼뜨리는 주범들이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바로 이러한 무식함에 근거할 때만 성립된다. 그러나 무식한 것도 정도가 있다. 동성애만 안하면 HIV에 감염될 확률이 730분의 1 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정도까지 되면, 이성애자들이 HIV를 예방하지 않게 만들어 HIV를 널리 퍼뜨리는데 기여하게 된다.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는 무식함이다.

더욱이 ‘바성연’의 광고가 죄질이 매우 나쁜 것은 에이즈에 대한 편견까지도 동시에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HIV/에이즈는 간염이나 고혈압처럼 단순히 질병일 뿐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FIV 감염이 간염과 마찬가지로 성행위로도 옮겨지지만 수혈로도 전염된다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바성연’은 에이즈를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다가 죽어가는 질병쯤으로 알고 있나 보다. 광고 제목부터가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이니 말이다. 그런데 ‘바성연’에게는 안타깝게도 HIV 감염이나 에이즈는 이미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흔히 ‘칵테일 요법’이라고 불리는 혼합 항바이러스제 치료법(HAART)만 받으면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일상생활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질병으로 바뀐 지 오래다. (물론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이 문제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의약품 특허 관련 글에서 다룬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혼합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시작된 이후의 영국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HIV 감염 후 첫 5년간 감염인의 사망률은 일반 인구의 사망률과 차이가 전혀 없었고 이후 5년 동안에도 사망률이 일반 인구보다 4% 정도만 증가했다. 이미 에이즈는 고혈압과 당뇨와 마찬가지로 관리만 잘 하면 되는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또 “에이즈로 죽으면”이라는 광고를 에이즈 환자들이 본다면 어떨까? 실제로 에이즈 환자를 자식으로 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바른 성문화’? 제발 남들에게 바른 성문화 이야기하시기 이전에 최소한의 인권의식부터 가지셨으면 한다. 동성애자들의 인권,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들의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분들이 무슨 ‘바른’ 문화를 이야기 하시는가.

공정과 도덕이 유난히 강조되는 시기다. 그러나 정작 도덕을 강조하는 자들은 전혀 도덕과 공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희생양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 시기가 되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도덕’이고 ‘바른’ 사회인 이유다. 지금 서민의 삶이 힘든 것은 동성애자들 때문이고, 이주노동자들 때문이며, 낙태를 하는 자들 때문이라는, 약자들에 대한 떠넘기기가 기득권층의 지배 전략이 되는 것이다.

나치가 처음 탄압을 시작한 것은 유태인이었고 동성애자였고 집시였지만 결국 그들은 모든 민주주의적 권리를 압살했다. ‘바성연’ 관계자가 자신들에게도 동성애자 ‘거부권’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백인에게 흑인 거부권이 있고 나치에게 유태인 거부권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물론 동성애자 거부권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호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없다.

바성연의 광고의 거짓과 오직 그 거짓말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는 편견에 항의하고자 하려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지만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앞으로 더욱 거세질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에 대해 다 같이 맞서야 한다. 소수자들과 약자들은 한 사회의 ‘탄광의 카나리아’다. 이들이 권리를 빼앗기면 그 다음 차례는 바로 우리 모두이다.

바로 이점에서 “웃음도 안 나오네요. 전혀 내 마음 힘들지 않아요” “메이저 신문인데도 돈만 내면 말도 안 되는 광고도 받아주나 봐요. 참나”라고 답하면서 믿음직하게 서있는 김수현 작가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마음으로부터의 지지를 보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