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미FTA 사실상 재협상 돌입, 자동차 수정·쇠고기 추가개방 공식 요구

한미FTA 사실상 재협상 돌입
미 대표부, 김종훈 본부장과 비공식 만남
자동차 수정·쇠고기 추가개방 공식 요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07년 4월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분야 일부 조항 수정과 함께,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로 되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규정의 철폐를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으로 양쪽 통상당국 간에 시작된 에프티에이 ‘재논의 또는 추가 협의’는 사실상 재협상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통상부는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브뤼셀에서 열린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서명 행사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미국 요청에 따라 7일 오후(현지시각) 파리에서 드미트리어스 마란티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비공식 협의를 했다”며 “미국은 자동차 및 쇠고기 분야가 주 관심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마란티스 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접근과 관련된 기초적 구상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접근 확대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비공식적으로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과 관련해 미국에서 의회나 민간 이해당사자가 아닌 정부 쪽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제시한 쟁점은 자동차와 쇠고기 두 분야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자동차의 경우 기존 협정문 일부 조항과 충돌하고 쇠고기는 사실상 수입 전면개방을 요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는 ‘한국의 소비자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되어 있다. 미 무역대표부의 ‘비공식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수용 불가’라고 대응했다. 외교부는 “김종훈 본부장이 기존에 합의·서명한 협정문을 수정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쇠고기 문제는 에프티에이와 별개의 이슈로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미 무역대표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의 한국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한국 쪽에 전달했고, 협정문 내용을 바꾸지 않으면 한-미 에프티에이를 공식적으로 지지할 수도, 의회 비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8일(현지시각) 밝혔다. 또 한-미 에프티에이가 정치쟁점으로 부각되지 않도록 미 무역대표부는 다음달 2일 중간선거 때까지 협상을 조용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기사등록 : 2010-10-10 오후 07: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