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엔 희망 없다” 목소리 커진 ‘반핵’
ㆍ세계 각국 반대시위 격화… 각국 원전 재검토로 힘받아
ㆍ독일국민 80% “폐지 동의”, 원전 없는 伊도 반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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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도 “원전반대” 대만 타이베이 주민들이 17일 열린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에서 방사선 검사를 받는 일본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타이베이 | AFP연합뉴스
호텔리어 니콜의
영어실력 화제!“일본의 핵 사고는 세계 어디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같은 핵 국가들이 에너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때입니다.”(소피아 마즈노니 그린피스 반핵활동가)
반핵운동이 부활하고 있다. 일본 도호쿠 대지진에 따른 핵 위기로 전 세계의 원전 반대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당장 유럽을 중심으로 반핵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일본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원전 정책 재검토도 반핵운동의 동력이 되고 있다.
유럽은 반핵운동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는 6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네카베스트하임 원전 주위에 45㎞의 인간사슬을 만들어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당초 시위 참여 예상 인원은 4만명이었으나 일본 핵 위기 사태 여파로 참여시민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14일 뒤셀도르프에서도 수백명의 반핵활동가들이 집회를 열었고 이어 16일에는 쾰른에서도 원전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등 독일 반핵시위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14일 독일 방송 NTV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원전 폐지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선진 8개국(G8) 중 유일하게 원전이 없는 이탈리아에서도 지난 주말 반핵시위가 일어났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정부는 대대적인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안젤로 보넬리 녹색당 대표는 거리시위에 동참해 “원자력에는 희망이 없다. 생명이 없다”면서 원전 건설에 반대했다.
원자력 에너지 2위 생산국인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반핵운동가 300여명은 지난 13일 저녁 파리 에펠탑 광장에 모여 ‘원자력 에너지는 미래를 죽인다’ ‘핵 시대를 벗어나자’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지난 14일 일본 지진 피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원전 반대를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요 원전국가 중 한국과 더불어 원전 재검토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도 반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리버먼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13일 CBS 방송에 출연해 “일본 원전 사고의 진상이 드러날 때까지 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당시 미 원자력 규제위원을 지낸 피터 브래드포드는 “미국에서 원자력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 원전 거부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17일 ‘반핵’ 머리띠를 두른 시민들의 반핵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 추진에 묻혀 있던 반핵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원전 유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에서도 주민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환경운동단체와 해당지역 주민단체는 16일 대책회의를 열고 원전 반대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반핵행동을 벌이기로 했다.
일본의 핵 사태를 계기로 부활한 반핵 운동이 전 세계인의 ‘핵 공포’를 연료삼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