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양국 대기업의 윈-윈 협정일 뿐”
한-미 양국 노동계·농민단체 “한·미 FTA 반대”
기사입력 2011-05-18 오후 5:57:27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한미 양국 노총과 농민단체가 함께 모였다.
민주노총과 미국노총(AFL-CIO),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미국가족농연합, 한·미 FTA 저지 범국본 등은 18일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강기갑 의원이 주최한 ‘미국노동자·농민이 바라본 한·미 FTA 문제점과 대응계획’ 토론회에서 한·미 FTA가 양국의 노동 현실과 농업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프 보그트 미국노총 국제국장은 발제문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미국에서 총 68만29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반면 핵심노동기준 위반은 없어지지 않았다”며 “불행히도 한·미 FTA는 많은 측면에서 NAFTA를 닮았다”고 말했다.
보그트 국장은 “국제노동기구는 여러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국제 핵심노동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업무방해 조항을 이용한 파업에 대한 형사적 책임 추궁, 제조업 불법 파견, 노조 전임자 임금 관련법 개악, 이주노동자 차별, 비정규직화 등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에 대해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 현재 마련된 노동기준안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보그트 국장은 “미국 노총은 양국 사이의 공정한 협정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조직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행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현재 협정을 부결시킬 수 있도록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수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한·미 FTA는 체계적으로 초국적 기업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양국 모두에서 중소·영세 제조업체에 큰 충격을 가해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협정문에 포함된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과 M&A로 대표되는 외국인투자 추세를 봤을 때 한·미 FTA로 인한 고용증대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ILO 결사의자유 관련 핵심협약인 87호와 98호를 한미 양국 정부가 아직도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은 양국의 노동기본권 보장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노동자들이 무역에 따른 잠재적인 이익을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교섭권, 파업권을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는 방향으로 양국 노동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민단체들도 한·미 FTA가 양쪽 농업에 불러올 영향을 경고했다. 존 킨스만 미국가족농연합 사무총장은 “NAFTA가 보여준 바와 같이 미국과 전 세계 농부들은 국제 식량무역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상품 시장에 대한 기업의 통제와 금융 투기로 농부들은 빚을 지고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가 한국의 농업 타격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지만 그 이익은 소수 거대 다국적 기업에 국한된다는 얘기다.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은 “한·미 FTA와 개방을 전제한 농업 구조조정이라는 정책기조 속에서 한국 농업은 급격히 해제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곡물가 폭등으로 인해 식량 주권이 이슈화 되는 시점에서 각국이 농업보호정책을 강화해나가는 추세에 맞춰 양국도 한·미 FTA를 폐기하고 경제침체와 식량위기를 극복하는 농업체계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우석균 한·미FTA저지 범국본 정책위원은 “한·EU FTA가 한국의 SSM 규제 법안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사태는 자유무역협정이 한국의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재앙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며 공공서비스를 포함해 한·EU FTA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한·미 FTA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우 정책위원은 “한·미 FTA는 양국의 윈-윈(win-win) 협정이 아닌 한국과 미국의 대기업들만의 윈-윈 협정”이라며 “협정의 폐기만이 한국사회가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민생활여건을 향상시키는 길이고 이는 미국사회도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김봉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