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시술비 1000만 원…말로만 ‘저출산 걱정?’
“난임 부부 건강보험 급여화해야”
기사입력 2011-06-14 오후 1:55:26
“막연하게 보험 혜택 안 되니까 너무 비싸다고 생각만 할 뿐, 어쩔 수 없이 때 되면 또 병원 가고 실패하면 마음 다져먹고 또 가고, 7년을 그렇게 반복되는 일들. (…) 이번 시술 받으면서 주사, 약값 너무 비싸다고 새삼 또 느끼네요. 의료 혜택이 정말 필요합니다. 간절히 엄마가 되고자 하는 우리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저소득층 난임 가정의 체외수정시술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아가야’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난임 부부들은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시급하다고 하면서 정작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들은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 저출산 극복방안을 논의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아이 갖기 위해 ‘캐셔 알바’…마이너스 대출까지
난임 진료는 2001년 6월부터 일부 진단검사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 시술과 관련한 검사·의료 등은 전적으로 개인 부담이다. 이 때문에 난임 부부는 체외수정을 한 번 시술하는 데 병원비만 적어도 300~350만 원 가량을 낸다. 이마저 성공확률이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패하면 계속 시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데도 1년 넘도록 임신을 하지 못하는 난임 부부는 의외로 많다. 지난 2월 보건사회연구원이 난임 여성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에 따르면 국내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들이 최근 체외 수정 시술로 지출한 비용은 1회당 평균 445만 원이었다.
박춘선 아가야 대표는 “정부 지원이 생기기 전에는 부부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한 번 실패하면 휴식기 3개월 동안 캐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서 돈을 만들어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해도 시술 비용은 여전
난임 부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불임부부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월평균 근로소득의 150% 미만인 난임 부부에게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 시술에 따른 의료비를 지원한다. 체외수정 등의 평균 시술비용의 50%에 해당되는 180만 원을 3차례에 걸쳐 지원한다. 4번째는 100만 원이다.
정부 지원이 생겨나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병원이 공급가격을 통제하지 못한 탓에 병원이 ‘비급여’인 시술비 자체를 올려 받은 탓이다. 박춘선 아가야 대표는 “정부가 지원하기 전에는 체외수정 시술비가 예전에는 아무리 비싸도 250만 원이 안 넘었지만 지금은 최하 300~350만 원으로 올랐다. 인공수정비용도 예전에는 25~30만 원이면 해결됐는데 지금은 기본이 70~100만 원”이라고 말했다.
난임으로 병원을 찾은 김지선(가명) 씨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명목으로 비용이 너무 올랐다. 올라도 어느 정도지 너무한다”며 “차라리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게 더 낫지 지원받으나 마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 대표는 “정부 지원이 시작되자 병원들이 비급여 부분, 불필요한 검사를 비용에 집어넣어버렸다”며 “정부가 지원했는데도 예전과 비용은 똑같이 든다. 하지만 난임 환자로서는 어느 항목이 불필요한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술비 평균 1000만 원…”건강보험 적용돼야 가격 ‘적정화’ 가능”
2005년 ‘아가야’는 난임 시술을 건강보험이 적용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이마저 병원 측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한다.
“건강보험으로 난임 지원을 하자고 하면 의사는 서명을 안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비급여 항목들이 노출돼서 안 된다고 했어요. 잘 나가는 병원일수록 비급여를 원하지, 건강보험 공단에 진료내역이 노출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비급여면 마음대로 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 병원 입장에서는 싫은 거죠. 중소병원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큰 병원은 비급여로 두는 게 이익 내기 더 좋은 겁니다.”
난임 부부들의 꿈은 난임 지원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적절하게 통제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부 지원을 받았어도 3차례 이내에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 저소득층 부부는 ‘비급여’ 시술비와 약값 등 치료비로 평균 10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이 끝난 부부 중에는 본인부담비용이 부담돼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박춘선 대표는 “저소득층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소득에 상관없이 혜택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난임 지원이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돼야 할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난임 시술 건강보험 지원은) 건강보험 재정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쉽게 추진하기 어렵다”며 “내년쯤에 난임 치료를 수가에 포함하는 방안과 관련한 연구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