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약 판매 급진전, 종편과 연관 있나
김형규 기자
ㆍ논의 급물살에 일부 약사 “광고 늘려 주려는 것”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초 일반의약품 슈퍼마켓 판매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보건복지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후 박카스 등 44개 품목의 슈퍼마켓 판매 방침을 세운 데 이어 약국 외 판매를 더 확대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과 심야시간대의 의료공백 해소’라는 문제의 본질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수년간 제자리걸음하던 논의가 갑자기 빨리 진전되는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우석균 정책실장은 “의사들은 의약품 슈퍼마켓 판매를 주장하고 약사들은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하는데, 둘 다 약을 더 쉽게 쓰는 방향”이라며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 등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은 지난 18일 “정부가 추진 중인 일반약의 슈퍼마켓 판매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이 추진 중인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약준모는 “그동안 종편 진출업체들이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왔다”며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와 일부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재분류가 종편 광고시장 확대와 관련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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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490만원??현행법상 전문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면 방송광고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제출한 ‘2011년 업무보고’에서 광고시장 확대를 주내용으로 다루며 기존 방송광고 금지품목인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의 광고 허용 방안을 포함시켰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계속되자 방통위는 올해 초 열린 한 토론회에서 “1차 항생제, 응급피임약, 위장약 등 기존 전문의약품 중 일부를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광고 허용 가능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방송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75%를 차지한다. 의약품 재분류가 종편 사업자들에 새로운 광고시장을 열어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석균 실장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문의약품 광고를 허용하는 미국의 경우 약품 한 종류의 광고가 코카콜라나 맥도널드 광고보다 많다”며 “궤양치료제 잔탁이나 응급피임약 노레보 등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광고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옥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표는 “영리병원 추진에서 보듯 이 정권의 보건의료정책 자체가 국민 건강권보다는 시장우선주의 정책, 극도의 상품화 정책에 치우쳐 있다”며 “그 대표적 사례가 의약품 광고시장 확대”라고 주장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종편에 특혜를 주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과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공공성을 내팽개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전문의약품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거나 용법·용량에 대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살 수 있다.
▲ 일반의약품
소화제, 영양제, 드링크류 등 의사의 처방전을 받지 않고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