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최루액 파바 무해” 경찰 주장 의문… 해외 연구, 노니브아미드 안전 경고

[이슈]물대포보다 ‘참기 힘든 해명’
    2011 08/02ㅣ주간경향 936호

ㆍ“최루액 파바 무해” 경찰 주장 의문… 해외 연구, 노니브아미드 안전 경고

최루제품 ‘파바(PAVA)’는 무해하다? 7월 10일 한진중공업 파업 현장에 참여했던 ‘2차 희망버스’ 참가자가 맞은 물대포는 일반 물대포와 달랐다. 최루제품 ‘파바(PAVA)’가 섞여 있었다. 물대포를 맞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눈을 뜨지 못했다.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 파바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7월 9일 밤 2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가려다 차로를 완전 봉쇄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3시간 넘게 대치했다. 7월 10일 새벽 경찰이 최루액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서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파바의) 성분 분석 결과 유해물질이나 독성물질이 검출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고 반박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관 협동조사를 제안했지만, 경찰청은 묵묵부답이다. 파바의 유해성 여부 논란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간경향>은 경찰청이 작성한 파바 관련 보고서를 입수했다. ‘신형 물대포용 최루액(PAVA) 안전성’이라는 제목으로 경찰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바는 캡사이신과 유사한 합성물질인 ‘노니브아미드’(10.7%), 휘발성 유기용매인 ‘이소프로필알코올’(68%), 용매제 역할을 하는 ‘지방산’(21.3%)으로 구성됐다. 파바의 구성 성분 중 노니브아미드가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노니브아미드의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면 파바가 위험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경찰청은 파바가 안전하다는 증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성분분석 결과’ ‘토끼에 대한 피부인내성 실험결과’ 등을 내세웠다.

파바·노니브아미드 국내 연구 거의 없어
화학물질의 특성과 위험에 관한 정보를 알려면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물질안전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주영수 한림의대 교수(산업의학과)는 “MSDS가 국제적으로 쓰이는 자료이기 때문에, 공신력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국과수는 노니브아미드의 성분 분석 결과에 대해 ‘피부와 안구에 대한 경미한 자극 이외의 특별히 심각한 독성은 보고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제공하는 노니브아미드 MSDS는 경찰청과 반대되는 경고를 했다. 2010년 10월 27일자 노니브아미드 MSDS에는 ‘피부접촉, 눈의 접촉, 섭취시 매우 해로움’(Very hazardous in case of skin contact, of eye contact, of ingestion) ‘심각한 과량노출시 사망에 이를 수 있음’(Severe over-exposure can result in death) 등을 경고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은 “국과수는 노니브아미드의 안전성을 연구한 것이 아니다. 노니브아미드가 파바의 성분이라는 것만 확인한 것”이라며 “경찰청이 국과수에 보내 확인한 것은 파바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파바가 무해하다는 국과수의 자료는 근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제시한 토끼 실험 결과도 논란이 되고 있다. 뉴질랜드 백색 토끼 옆구리의 피부 샘플을 추출해 노니브아미드에 대한 반응을 실험한 것이다. 노니브아미드를 24시간, 48시간, 72시간을 붙여놓은 자극지수 결과는 모두 ‘0’이 나왔다.

0~0.4 지수는 ‘경미한 반응’을 말한다. 토끼에게 안전했으니, 사람에게도 안전하다는 결론이다.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참고문헌이다. 1971년, 1959년, 1965년 나온 문헌을 참고했다. 주영수 교수는 “너무 오래된 자료를 인용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경찰청이 노니브아미드가 무해하다고 설명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지적했다.

MSDS는 쥐를 통한 실험 결과에서 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1㎏ 생쥐가 190㎎을 급속 섭취했을 경우 50%가 사망했고, 512㎎을 먹었을 때 급성 피부 독성을 일으켜 50%의 쥐가 사망했다고 경고했다.

노니브아미드의 위험성은 수입업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은 2010년부터 파바 최루액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파바는 군·경찰·호신장비를 국가기관에 납품하고 있는 ㅅ업체가 수입해 경찰청에 납품했다. ㅅ업체가 파바의 수입을 신청하면서 첨부한 서류에는 ‘Safety Data Sheet’가 있다. 이 서류는 화학물질을 수입하거나 유통할 때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화학물질의 성분이나 위험성을 표시하고 있다.

수입업체 첨부 서류에도 위험성 기재

파바의 수입업체가 제출한 ‘Safety Data Sheet’에도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경고했다. 노란색으 로 표시된 부분이 파바가 인체에 끼치는 위험을 경고한 문구다.
이 서류를 살펴보면 노니브아미드 MSDS와 비슷한 경고를 하고 있다. 파바를 흡입할 경우 호흡 정지나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에 파바가 노출됐을 경우, 피부에 발진이 생겼을 경우, 흡입했을 경우 반드시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ㅅ업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바는 CS(2009년 쌍용차 파업에 사용했던 최루액)에 비하면 안전하다”면서 “파바는 독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ㅅ업체 관계자는 파바의 안전성을 설명하기 위해 CS에 대해 “CS는 수입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독성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 파업을 막기 위해 경찰청이 사용한 CS가 매우 위험한 화학물질이었음을 수입업체가 증언해준 셈이다.

파바의 유해성에 대해 경찰청은 여전히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장비과 ㅇ 경감은 “파바의 안전성은 확실하다. 성분 구성 내용을 살펴봐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민·관 협동기구의 조사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경찰청은 희석을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파바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희석의 정도에 따라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감수성은 사람들마다 차이가 크다. 파바를 희석했다고 해도 노약자, 아이, 심장병을 앓는 이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2010년부터 파바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파바 구입 예산이 1억원(1680ℓ)이었지만, 2011년 파바 구입 예산은 2억7000만원(4200ℓ)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MB정부의 임기 후반기에 최루액 구입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최루액 구입을 늘린 것은 집회를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 “임기 말 힘이 빠지는 상태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