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 대사관이 전한 이상득 의원의 말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미 대사관이 전한 이상득 의원의 말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한겨레] 이정애 기자   정은주 기자  

          
외교전문 곳곳에 정부·여당 인사들 ‘친미 성향’ 노출
미국 쪽도 “사실상 모든 주요 문제에 미국 지원” 평가
김현종 “약제비 적정화 방안 막으려 죽도록 싸웠다”

  

» 위키리크스에 나오는 한국 관련 말, 말, 말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현 한나라당 의원) 등과의 만남을 전한 2008년 5월29일치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의 요약부분엔 이런 서술이 나온다. “이(상득)는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to the core)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 전문에서 이상득 부의장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은 미·일 양국과 잘 합력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 부의장은 그해 4월,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들을 폭행한 사건에 대해 한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만큼 거센 분노를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친중국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의장과 함께 배석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의 역사 때문에 한국은 중국보다는 미국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한국민들이 중국인 유학생의 난동 사태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더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친한 친구나 가족과의 싸움이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덧붙였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들엔 이렇게 현 정부·여당 인사들의 친미 성향이 생생히 드러났다. 특히 외교관계자들의 경우 현 정권 이전에도 이런 성향은 도드라져, 뿌리 깊은 한국 외교가의 ‘친미’ 경향을 보여줬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의 ‘대변인’과 다름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7월25일 전문에선, 당시 보건복지부가 미국이 반대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현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이 버시바우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지 않도록 죽도록 싸웠다”고 강조한 걸로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앞둔 2008년 3월25일 문건에선, 한국의 통상당국이 미국 쪽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비공식적으로 활발히 활동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버시바우 전 대사는 2008년 6월26일 전문에서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현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해서 “모든 미국적인 것을 편히 여긴다”고 평가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비롯한 한-미 동맹에 불편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은 반미 성향의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득 의원은 촛불집회가 이른바 ‘386 세대’가 중심이 된 반미·친북·통일 지향 집단이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미·친북 시대(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잔재가 결국 힘과 영향력을 잃게 되면, 이런 큰 문제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10월2일, 권종락 당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야당과 시민단체 등) 반대파들은 한국 정부가 국익보다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것처럼 얘기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철저히 친미적 행보를 보인 만큼, 미국 쪽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미국 외교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에 대해 “유머 감각이 뛰어난 쾌활한 교섭 대상자”(2008년 2월21일치), “우리(미국)와 함께 헌신적으로 일하는 강한 친미주의자”(2009년 9월24일치), “사실상 모든 주요 문제에 미국을 지원하는 성향”(2009년 11월5일치)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정애 정은주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