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월가를 점령하라’
[한겨레]
등록 : 20111003 19:26
미국 뉴욕 월가의 시위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17일 시작된 뒤 벌써 3주째다. 시위대 규모도 점차 커지고, 미국 주요 대도시로 확산중이다. 시위대는 탐욕스런 금융자본과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극명하게 드러난 부의 불평등 등에 분노를 느낀 시민들이 구체적 행동으로 저항에 나선 것이다.
시위가 타락한 금융자본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는 점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본은 잠시 위축되는 듯했지만 정부의 대규모 지원으로 대부분 되살아났다. 위기를 불러온 금융자본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도 큰 진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융자본의 본산인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나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월가 시위가 갖는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금융자본에 대한 국제적 통제장치 마련을 더 늦춰선 안 될 것이다.
“우리는 99%다”라고 외치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다. “1%가 99%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의 부의 불평등이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본주의가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뿐 아니라 사회공동체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더이상 1%의 탐욕과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전세계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이밖에도 이번 시위가 환경·교육·의료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는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만과 요구들이 효과적으로 수용되는 통로가 부족했음을 뜻한다. 가장 진전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민주주의적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양화하고 세분화되는 대중들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체제에 대한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월가 시위는 이제 시카고,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를 넘어 체코, 캐나다 등 세계 각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자본의 타락과 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세계적 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소수가 아닌 다수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월가 시위는 전환기를 맞고 있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