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원 해고된 식당노동자 책임져야”
한일병원이 병원 급식 외주화를 그만두고 식당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일병원이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이의료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병원이니만큼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료재단 한일병원에서 조리와 배식을 담당하던 식당 노동자들이 100일 넘게 해고 철회, 고용 승계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
앞서 한일병원이 병원이 급식을 외주화함에 따라 한일병원에서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2012년 1월 1일부터 한일병원과 계약을 맺어 급식을 담당하게 된 CJ 프레시웨이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것.
이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일병원이 다시 이들을 직접 고용하여 직영으로 환자 급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게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라며 “정부는 병원 식당을 외주화하여 식당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하 성명서 전문
한국전력의료재단 한일병원에서 조리와 배식을 담당하던 식당 노동자들이 100일 넘게 해고 철회, 고용 승계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 투쟁 101일째인 지난 4월 10일부터는 병원 본관 1층 접수대 앞에서 8명의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환자와 직원의 밥을 해결해왔던 한일 병원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또한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생계 보장의 차원에서, 그리고 병원 식사 질 향상의 측면에서 이 문제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농성 중인 식당 노동자들은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가까이 한일병원에서 조리와 배식을 담당해오던 이들이다. 처음에는 한일병원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었다. 1999년 병원이 급식을 외주화함에 따라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되었던 것이다. 한일병원이 병원 식당을 외주화한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고 한일병원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이후 식당노동자들은 한화, 신세계, 아워홈 등 외주 급식업체에 고용된 형식으로 계속 한일병원에서 근무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2012년 1월을 기점으로 변화되었다. 2012년 1월 1일부터 한일병원과 계약을 맺어 급식을 담당하게 된 CJ 프레시웨이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J 프레시웨이는 고용 승계를 거부한 것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신의 요구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계약 시절인 2011년 7월 식당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자, 아워홈 측은 아예 한일병원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CJ 프레시웨이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15명의 식당 노동자 전원에 대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것이다.
MF 이후 병원들은 비용을 이유로 병원의 필수적인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식당, 청소, 시설 보수노동자 등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왔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화된 노동자들의 고용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변경되어 임금 인상이나 고용 안정은 기대하기 힘든 조건이 되었다. 게다가 이번 한일병원 사례에서 확인되듯 이제는 하청에 재하청되는 형식으로 고용 관계가 복잡해지기에 이르렀다. 한일병원은 CJ 프레시웨이에 급식을 위탁하였는데, CJ 프레시웨이의 인력 공급은 M&M 푸드가 재위탁받는 형태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필연적으로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 및 삶의 질 저하와 환자 급식의 질 저하로이어진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기 어렵고, 돈을 절약하려고 외부에 맡긴 병원식사가 질 좋은 식사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년 여성 노동자들의 생계형 일자리로 확산되고 있는 급식, 청소, 간병요양 등의 일자리는 거의 모두 이런 형태의 복잡한 고용 구조 속에서 다단계로 노동이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이다.그러다보니 중년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는 저임금, 고위험, 불안정 노동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고, 이는 사회 양극화를 촉진하고있다.
입원 환자의 식사는 치료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06년부터 건강보험 급여서비스로 포함되었다. 그리고 병원이 식당을 직영하며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산금을 주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이는 병원의 환자 식사는 병원이 직영하는 식당에서 제공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양질의 식사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대형 병원일수록 환자 식사를 외주업체에서 제공하는 비율이 높다. 이것이 환자를 위한다는 구호들을 내건 한국의 대형병원들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병원이 나서야 한다. 한일병원은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이의료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병원이니만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 법적 책임이 없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애초에 병원의 식사를 외주화하여 환자 밥에서까지 돈을 더 벌려고 했던 한일 병원의 애초의 책임이 있다. 저임금 여성 노동자의 노동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그리고 입원환자 급식의 질개선을 위해 한일병원측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한일병원이 다시 이들을 직접 고용하여 직영으로 환자 급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게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또한 환자 식사가 건강보험에 포함된 것은, 병원 식사가 의료행위에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제에 정부는 병원 식당을 외주화하여 식당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한일병원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이다.
2012. 4. 16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