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 최옥란 장례행렬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은 경찰책임자를 처벌하라! –
지난 화요일(26일) 운명을 달리한 1급 여성 장애인 최옥란은 서른 일곱의 길지 않은 생애를 장애인과 빈민운동에 바친 헌신적인 장애인인권운동가이다. 최옥란은 지난 12월 명동성당에서 최저생활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일주일간 농성을 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생전에 행정편의적이고 일률적으로 이루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급한 월 생계급여 26만원을 국무총리에게 되돌려 주기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최옥란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은 정부에 의해 묵살되었고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은 그에게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며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저생계비는 국민의 소득지출 수준과 수급권자의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최옥란이 죽음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은 그 기초생활보장법이 우리사회의 장애인들과 빈자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는커녕 기초적 의료비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냉엄한 사실이다. 2001년 12월 1일에 공표된 이른바 ’2002년도 최저생계비’는 국가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장애인들의 추가 생계비용 16만원조차 반영하지 않았다.
김대중정부가 ‘반만년만의 빈곤퇴치방안’이라고 자화자찬하던 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의 퇴치는커녕 비현실적인 ‘생계비’ 지급으로 장애인들과 빈자들이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스스로 수용시설입소를 택하게 만들고 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보다 택하기 싫어하는 수용시설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김대중정부의 생산적 복지의 현실이다. 장애인과 가난한 국민이 “소득·재산·근로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최옥란에게 보장한 것은 결국 최저생활이 아니라 죽음이었던 것이다.
최옥란의 죽음은 기초생활보장법이 법률이 정한 바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그러나 한 국민의 죽음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해도 충분치 않을 정부는 고인이 생전 카톨릭 신자로써 그리고 장애인 운동가로서 삶과 투쟁의 현장이었던 명동성당 등지에서 노제를 지내는 것조차 폭력으로 방해하였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을 폭력으로 짓밟던 경찰이 이제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폭력으로 막아선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의 허구성과 인륜을 거스르는 폭력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우리는 고물 전투기에 6조원이나 쏟아부으면서도 장애인과 가난한 국민에게 쓰는 돈을 절감하여 고 김남희씨를 비롯 수많은 최옥란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이 요구들을 최옥란의 이름으로 관철하고자한다.
1. 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와 장애인수당을 현실화하라!
2. 고인의 노제를 폭력으로 가로막은 책임자를 처벌하라!
3. 김대중 정부는 유가족과 장례위원회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
2002. 3. 29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