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은 제약회사의 로비 대행기관인가?
- 특허청은 공정한 행정처분을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켜라
1. 지난 18일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백혈병약제 글리벡에 대한 강제특허실시 청구에 관한 청구인과 특허권자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너무도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날 특허청의 공보관이 노바티스를 대표하여 출석한 송모부장에게 “송부장님, 전에 위원들 자료를 보냈는데 받으셨죠?” 라고 말하며 “이제 로비 좀 하셔야 겠습니다” 라고 권유하는 장면이 환자측 대표로 출석한 인사에게 목격되었다.
2. 이번 글리벡 강제실시청구는 한국최초의 특허발명의 강제실시청구로서 특허청이 다국적 제약회사와 국민,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를 가름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특허청이 국민 편에 서기는커녕 최소한의 공정성조차 잃은 채 아예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중립적이어야 할 위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라고 부추기는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특허청은 제약회사의 로비알선기관인가? 특허행정이 생명처럼 지켜야 할 공정성, 투명성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이번 처사에 대해 우리는 해당공무원의 즉각 파면과 특허청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한다.
3. 특허청은 이번 로비행위권유 이외에도 지금까지 글리벡 강제실시의 문제를 해결할 행정처분 능력이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7월 31일 1차 회의 이후 거의 3개월이나 시간을 끈 후 10월 18일 2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특허청은 위원회 위원들에게 강제실시청구인(시민사회단체), 피청구인(노바티스)이 제출한 총 4건의 문서들을 위원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특허청에서 임의로 작성한 12쪽 짜리 문서만을 주고 의견을 들었다. 강제실시 청구인들은 백혈병 환자들이 직접 작성한 진술서를 포함하여 모두 85개의 증거를 제출하였고, 강제실시 논의가 국내에서는 처음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15건의 참고자료 등 수백쪽에 달하는 문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는 위원들에게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특허청이 위원회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특허권 침해와 관련하여 전혀 엉뚱한 법조문을 제시하는가 하면, ‘TRIPS 협정 이후 공중보건을 목적으로 한 의약품 관련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는 사실무근의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위원들로 하여금 강제특허실시 불가의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4. 강제실시 청구에 대해 특허청장이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처분의 근거가 되는 이유와 기준을 미리 밝히는 것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행정을 위해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 특허청은 현재 강제실시의 근거법률인 특허법 제107조1항3호에 판정기준에 대해 아무것도 밝힌 바가 없고, 서류 양식이나 처리시한 등의 절차에 관한 내규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강제특허실시가 청구된 후 10개월이 경과하도록 불성실하고 편파적인 행정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금번 로비권유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또한 현재까지의 불성실하고 자의적이며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리벡 강제특허실시 청구의 처리과정을 국민들의 이해에 복무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특허청장이 앞으로도 자신의 직무를 정당한 이유없이 유기하고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강제실시 청구인과 백혈병환우회 등은 특허청장에게 직무유기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2002. 10. 25
글리벡문제해결과 의약품공공성확대를 위한 공대위
한국 만성백혈병 환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