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 국민이 의료의 주인이라는 주장이 이적행위인가? -
6월 8일 서울지법형사재판부(재판장 황찬원)는 진보와 연대를 위한 보건의료연합(이하 진보의련)에 “진보의련은 강령 등에서 우리 사회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등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이적단체로 판단된다”라고 규정, 두 회원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였다.
우리는 먼저 국가보안법이라는 시대착오적 유물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냉전시대의 공포와 음습한 분위기로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 조직원이 20명이 채 안되며 공개적으로 10여 년 간 활동했던 조직이 ‘국가변란’을 꾀하려 했다는 주장이 법의 힘을 빌어 실질적 집행력을 가진다는 일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신식민지라는 사회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몇 개의 단어로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참주선동할 수 있다는 이 황당한 현실에 우리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더욱이 이번 실형이 선고된 의료인들은 집권당 전문위원과 국립대학교 교수요 또 보건소장으로 성실히 근무해 온 인사들이다. 이들이 국가변란을 꾀해왔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재판부의 상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한편의 코미디같은 일이 한사람의, 나아가 그 모임에 속한 사람들을 일생동안 국가변란의 주모자로 낙인찍는 시대착오적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보의련이 주장해왔던 공공의료의 강화와 의료보험통합, 의료보험료인상반대, 의료보험본인부담 인하를 주장해 온 수많은 진보적인 보건의료인들까지 국가보안법 앞에서 꼼짝없이 국가변란을 꾀한 죄인이 된다는 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검찰이 진보의련을 국가보안법 기소할 당시부터 이를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에 전체에 대한 탄압으로, 우리사회의 의료를 진정으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에 대한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항의해왔다. 이제 1심 재판부가 진보의련을 기어이 적을 이롭게 하는 단체로 만드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의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국민이 의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을 이롭게 한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또한 국민이 의료의 주인이 되길 희망하는 많은 보건의료인들은 두 회원에 대해 행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행위가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정부의 빨갱이 ‘낙인찍기’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주장한다. 검찰과 사법부는 법의 이름을 빌어 자행하는 시대착오적 테러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또한 노무현 정부는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하라. 우리는 이러한 시대착오적 코미디가 이른바 ‘참여정부’에서까지 되풀이된다는 것이 이제 너무나도 지겹다.
2003. 6. 9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