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글리벡의 인도내 독점판매권부여 철회하라.
지난 11월 인도특허청이 인도노바티스(Norvatis India)사에 인도내 글리벡 독점판매권(Exclusive Marketing Right, EMR)을 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인도내에서 생산되어 온 글리벡의 복제약 생산의 중단명령에 해당하는 조치이다. 이에따라 인도에서 글리벡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글리벡 복제약품을 구입해서 생명을 연장하던 한국과 전세계의 환자들이 1년간 3240만원을 약 구입비로 내놓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현재 인도는 WTO체계의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2005년부터 가입하게 되어있는 나라로 아직 글리벡과 같은 고가의 신약의 복제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고 이 때문에 가난한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생명줄의 역할을 해왔다. 글리벡의 경우에도 STI571 이라는 글리벡 성분의 복제약품을 인도의 여섯 개회사가 생산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 왔다. 그런데 이제 노바티스는 이 복제약품 생산을 금지하는 조치를 인도정부를 통해 실행하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인도특허청의 인도내 글리벡 독점판매권부여가 인도법상으로 불법이라는 것이다. 인도 특허법은 ’1995년 1월 1일 이후 외국에서 특허출원된 의약품에 대해’서만 ‘인도시장에서 독점판매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글리벡 특허는 1993년 스위스에서 출원된 것이기 때문에 인도내 독점판매권에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제껏 15건의 독점판매권 신청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독점판매권을 부여한 적이 없었던 인도특허청이 유독 글리벡에 대해서만 독점판매권을 부여한 것은 인도내에서도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다. 또 당연히 인도의 6개 제약회사들은 인도정부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노바티스는 전세계 동일약가정책으로 선진국에 비해 GDP가 심지어 수십배가 차이나는 빈국에도 연 27, 000달러의 약값을 강요해왔고 한국은 물론 인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2년여에 걸친 한국백혈병 환자들의 투쟁 끝에 노바티스가 내놓은 것은 공식약값은 그대로 두되 약가의 10%를 노바티스가 기부형태로 환자들에게 무상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복제약품의 가격은 인도 N사의 제품을 예로 들면 글리벡 약값의 10분의 1인 연 324만원(2,700달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들과 같은 보험적용제외환자들은 ‘환자직수입’이라는 제도를 원용하여 이 약품을 수입해서 생명을 연장하여왔고 인도의 수많은 백혈병 환자들, 그리고 전세계의 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인도의 이 글리벡 복제약품으로 생명을 연장해왔다. 그런데 노바티스는 이 복제품시장규모가 실제로 별로 대수롭지 않음에도 앞으로 자신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 때문에 인도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인도내 글리벡 독점판매권을 불법적으로 취득하였다. 이는 인도 미디어의 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환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형선고”(India Business Line 2003.11)에 다름 아니다.
노바티스의 탐욕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글리벡 단 한가지의 약제판매만으로 작년까지만 10억달러(1조2천억원)를 벌어들인 초국적 자본 노바티스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도대체 얼마나 돈을 더 벌어들여야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오늘 인도에서의 노바티스의 끝을 모르는 탐욕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지난 2년간의 투쟁속에서 세상을 달리한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도의 먼 땅에서 눈물짓고 있을 인도의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생각한다.
우리는 묻는다. 이윤인가 생명인가? 무엇이 지구인들에게 중요한 것인가? 일개 기업의 무한대의 이윤인가 아니면 전세계인들의 의약품접근권인가?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노바티스는 환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형집행”조치인 글리벡 인도내 독점판매권을 포기하라
2. 노바티스는 전세계 동일 약가정책을 포기하고 글리벡 약가를 인하하라
3. 한국정부는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를 집행하라
4. 인도정부는 노바티스에 부여한 글리벡 독점판매권을 즉각 철회하고 자국민과 전세계 민중의 값싼 글리벡 복제약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라!
3. 인도정부는 물질특허 도입계획을 철회하라!
2003년 12월 00일
한국백혈병 환우회
글리벡 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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