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이라크 파병철회 범국민운동 선포

시국선언문 – 이라크 파병철회 범국민 청원운동을 선포하며

우리는 오늘 이라크 시민들이 느낄 절망과 탄식, 이유 있는 분노 앞에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불의와 비극에 더 이상 눈감을 수 없습니다.

이라크 침공은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지금 미ㆍ영 동맹군에 의해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적 점령과 폭력, 그리고 학살에는 일말의 정당성도, 합리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수감된 이라크인들에게 일어난 모욕과 학대는 미영 동맹군이 이라크의 인권이나 민주적 권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그다드 교도소의 사례는 이라크 점령이 가져온 반인륜적 현실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군이 팔루자에서 800여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사실상 보복 학살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의 파산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이라크 평화정착과 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점령군의 철수에서 시작됩니다.

미 점령당국은 이라크 땅을 떠나야 합니다. 미국이 이라크 평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미국은 잘못된 전쟁과 점령을 시인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간접선거로 뽑은 의회에 법률제정권마저 제한하는 반민주적 방식으로 이라크 점령을 영구히 보장받으려는 헛된 시도는 국제사회의 냉소는 물론, 또 다른 저항과 분노의 표적이 될 뿐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라크에 온전한 주권이 실현되도록 일체의 외부 간섭 없이 이라크인의 자주적 선택을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는 파병철회의 결단을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됩니다.

‘재건지원’은 허구입니다. 총을 든 군대가 이라크에 가는 한 ‘평화정착’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군대가 이라크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또 다른 침략전쟁을 치르러 가는 것임을 전세계가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이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과의 약속을 핑계로 파병철회의 결단을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이라크인들의 환영을 받는 재건지원이었습니다. 거듭 촉구하건대 정부와 국회는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내세웠던 최소한의 전제와 약속마저도 이행하기 힘들게 되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재건지원 임무수행이 불가능한 서희제마부대도 즉각 철수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전쟁에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총을 들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천명해야 합니다.

파병철회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선언합니다.

국민 여러분!

불의를 정의로 가장하고 침략을 지원으로 포장할 수 없다는 영원한 진리를 이라크 사태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이라크 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가져올 이라크 파병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결정을 국민의 손으로 바로잡읍시다.

파병철회를 위한 범국민 청원운동을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각 정당에 파병당론의 철회를 요구하고 새로이 소집된 17대 국회가 파병철회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범국민 청원운동을 각계각층 전국방방곡곡에서 전개합시다. 17대 국회 개원 즉시 새 국회 첫 안건으로 이라크 파병철회를 결의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시다.

파괴와 증오, 불의와 폭력의 악순환으로 나아가는 맹목적 파병의 걸음을 돌이켜 세워 평화, 정의, 생명의 길로 나아갑시다.

2004. 5. 3.
이라크 파병 철회 시국선언 참가자 10571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