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관련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과 의약품 안전성확보를 위한 제도개혁을 촉구한다.
PPA함유 의약품 1차 판매금지, 재허용 및 재금지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이하 PPA사태)는 우리사회가 감기약도 마음놓고 복용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데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또한 PPA 사태는 치명적인 부작용, 즉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이 어떻게 4년 동안 버젓이 팔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민들의 관심은 정부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며 어떠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인가에 모여졌다. 하지만 PPA 사태가 일어난지 45일이 지났으나 정부는 책임있는 배상에 대한 진지한 제안도 내놓고 있지 않으며 의약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 대안 대신 피상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태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문제의 전모를 확실히 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간단히만 살펴보아도 의심스러운 문제가 너무도 많다. 우선 PPA사태에 도화선이 된 2001년 7월 재판매 허용시 FDA의 기준이 되었던 연구의 위험성이 높아진 기준이었던 1일 복용량 75mg이 왜 근거도 없이 100mg 으로 설정되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2003년 9월 중간보고서 발표이후 특정 제약사의 콧물약이 대량으로 방출된 경위, 그리고 그 특정 제약사의 제품이 대량방출 이후 2004년 1월부터 생산중지 되었는지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식약청과 제약사의 인허가를 둘러싼 유착의혹이 여전히 문제의 핵심이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 노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선 최소한 시민단체의 참여가 보장되는 감사원의 감사가 우선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진상규명과 함께 우리는 정부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행할 때 국가가 국민의 보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정신에 입각한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본다.
첫 번째 정부는 PPA 함유의약품을 복용하여 피해를 본 시민들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
정부가 PPA 판매금지이후 근거없이 PPA함유 의약품을 판매허용을 하여 PPA 재금지 시기까지 치명적인 부작용을 입힌데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PPA 복용이후 3일간 뇌출혈의 위험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현재 심평원자료를 통해 정부는 PPA함유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람중 3일내에 뇌출혈을 일으킨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PPA함유의약품을 복용하고 뇌출혈을 일으킨 사람들의 피해사례를 접수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사례를 심사하여 피해시민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식약청장을 문책 경질하여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시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 정부는 문제의약품을 판매하는 해당업체에 대해 강력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약사법으로는 “국민보건에 위해한 의약품을 수입또는 제조한 업자에게는” “업무정지, 허가취소,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모호한 규정이며 과징금 5000만원 정도로는 실질적인 제재조치가 되지 못한다. 정부는 의약품 재심사 때 제약사에서 보고한 부작용이외의 부작용이 발생할 시 모든 책임을 제약사가 지도록 하는 부분을 포함하도록 법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형량을 상향조정하고 현재 식품안전과 관련한 법률개정방향처럼 문제의약품에 대해서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형량하한제를 도입하고 또한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그 약품을 판매함으로써 얻은 수익전체를 환수하는 부당이득환수제를 도입 해야한다. 물론 그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전량 회수 조치해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세 번째 시민들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의약품 인허가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이에 관하여 알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의 의약품 인허가 과정은 철저하게 제약회사와 식약청만이 알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환경 하에서는 아무리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비리의혹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 예가 바로 2001년 7월 PPA 100mg 이하 재판매 결정 근거와 2004년 1월 이후의 특정회사 콧물약의 생산중단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식약청과 제약사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문제가 제약사와 식약청만의 정보 독점에서 발생하였다고 판단한다.
또한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시민들과 관련 보건의료인에게 알려야만 한다. 일본은 의약품의 부작용이 알려지면 후생성 홈페이지 첫머리에 긴급부작용통보라는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제시하여 정보를 최대한 빨리 공개하고 있으며 미국은 의약품복용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사용설명서에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블랙박스로 크게 경고 문구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런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네 번째 형식적인 의약품 안전에 관한 제도를 실효성 있는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의약품의 시판이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 후 시판되고 있는 의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다시 평가하고 심사하는 제도들이 바로 의약품 재심사, 재평가 및 부작용 모니터링제도 등이다. 현재 이와 같은 의약품 안전에 관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같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그 실효성을 기대 할 수 없다. 이 제도를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약품 재평가는 그 작성을 제약협회에서 대신하여 통상 제약회사로 통보되는 부작용을 누락시킬 수 있으며 부작용모니터링은 보고 자체가 자율적인 사항으로 보고건수가 1년에 200여건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제도로서의 기능이 마비되어 있다. 또한 의약품 재심사 제도는 의약품을 복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과연 시판 후에도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사용되는가를 관찰하는 제도인데 문제는 이제도의 시행이 제약사와 의사들 간의 직접적인 계약과 이에 대한 식약청의 강제적인 관리 감독 없이 이루어짐으로서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보고에 신뢰성을 실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행과정상에 리베이트 등의 금전적문제가 개입할 수 있는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율적인 사항을 의무적인 것으로 바꾸고 식약청의 감독하에 과정을 공개해야만 한다.
다섯 번째 의약품 안전에 관해 시민참여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의약품의 잠재적인 부작용 정보를 입수 후 누구든지 이에 대하여 청원을 통하여 부작용의 안전성유무를 점검 할 수 있는‘소비자 청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의약품의 이용자인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은 당연한 사항이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고치고 제도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게끔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 돼야 한다.
PPA사건은 국민들이 의약품 안전성에 관한 정부책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점을 품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국민들의 근본적 불신에 답하기에는 너무나도 안일하다. 우리는 이번 PPA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국민보건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며 관련제도를 체계적으로 보완하고 식약청의 조직과 예산을 확충하여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를 바란다. 그럴 때야만 식약청은 ‘식품회사·제약회사 안전청’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최소한의 것이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이와 같은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수행할 것을 촉구하며 이의 실행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천명한다.
2004. 9. 1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