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에 대한 노동부의 기업주 처벌방안을 환영하며
- 또 다른 ‘종이호랑이’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2일, 노동부는 사망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3월부터 사망재해감소대책을 논의해 온 노동부의 정책결과를 기다려온 우리로서는, 사망재해 발생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이번 안을 환영하는 바이다.
물론, 선진국에서 이미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산재예방 책임을 견인해온 흐름에 비추어 보면 매우 늦은 감이 있다.
그간 우리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수준인 노동자의 산재사망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안이한 문제인식을 비판하며, 사망문제에 있어서 기업의 책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법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10년 이하 징역, 5억원 이하의 벌금’ 에 처하겠다는 정부의 안은 현행 법보다 두 배의 형량과 10배의 벌금으로 기업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이는 아무런 정책적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산재사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해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보완되어야 할 것이 많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안에서도 산재예방 책임을 방기하며, 고의적 살인 행위에 가까운 태만으로 산재사망 사고를 일으킨 사업주에게 현재 최고형량인 5년의 징역 또는 5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 적이 없다.
따라서 사망재해 발생사업장에 대한 제재와, 기업의 예방책임 강화를 위한 세부계획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강화는 법적 형량이 얼마냐가 아니라, 실제 양형이 어떻게 되느냐가 핵심적 문제이다.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할 법적 근거를 검찰에만 맡겨서는, 현 법제도와 다를 바없는 유명무실한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할 일차적 방안은, 형량이 높게 언도되어야 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주에게는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없이 일정 형량 이상의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사고의 반복성, 고의성, 사업주의무 태만 등이 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그간 노동부가 내놓은 숱한 ‘산재사망감소대책’을 지켜보아왔다.
2004년에만 7백99명의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건설노동자들의 눈이 있다.
우리는 산재사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이 사업주의 책임 강화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의식적으로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산재사망은 줄지 않는다.
산재사망을 일으킨 기업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감독이 사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것은 외국의 이미 많은 연구들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부의 이번 발표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명백한 정책적 의지로 실현되길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다.
2005. 6. 3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