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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상품이 아니다. 스크린쿼터 축소하는 한-미 FTA 반대한다
- 보건의료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투쟁에 나선 영화인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정부는 한미 FTA를 앞두고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하더니 스크린 쿼터까지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하였다. 스크린쿼터는 한국의 많은 영화인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문화주권을 지키고, 문화의 공공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었다. 이번 스크린쿼터 축소 조치는 한-미 FTA추진을 위해 정부가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졸속 조치의 표본이다. 우리는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의료가 상품이 아닌 것처럼 문화도 상품이 아니다. 또한 문화는 다양성을 그 존재의 근거로 한다. 스크린쿼터는 문화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최소한의 ‘제도’ 였다. 2004년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문화 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 곧 ‘문화다양성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로 헐리우드로 상징되는 미국의 거대 자본에 한국 영화와 문화가 잠식된다면 한국 문화의 다양성은 상실될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정부는 문화의 상품화를 극대화하여 미국 거대 자본의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는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이다. 우리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문화를 통째로 상품화하여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맞서 ‘문화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임하는 태도가 매우 안이하고 무능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조차 금지시킨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의료와 교육을 영리법인화 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과 교육권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알아서 기는’ 모습은 주권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문화와 사회복지 등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할 사회서비스를 상품으로 거래하는 것이 FTA의 본질이라면 한-미 FTA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한미 FTA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정부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앞서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입맛에 맞게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기 위하여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향유의 권리를 ‘무역장벽’ 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몇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스크린쿼터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과연 한국의 영화가 다양성을 확보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국적만이‘한국’영화일 뿐‘한국적’이지도 않고,‘문화적’이지도 않은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의문은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이 여전히 매우 부족하며 최근 노동조합 결성과정에서 보듯이 영화 스태프의 처우개선은 매우 시급한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합리화시켜주는 근거는 될 수 없으며, 이를 활용하려는 정부나 보수언론의 시도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의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크린쿼터는 이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이고 필요조건이다.
스크린 쿼터 같은 제도가 없는 대만의 경우 차이밍량, 허샤오시엔 같은 세계적인 감독들이 자국 내에서는 상영관을 확보할 수도 없고 영화 제작비를 구하기도 힘들어, 오직 외국 영화제를 위한 영화만을 힘겹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스크린쿼터가 축소된다면, 우리는 임권택,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봉준호, 김지운 등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는 훌륭한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를 외국에서 제작된 DVD를 통하여서만 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한 더 이상 스크린에서 <와이키키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마이 제너레이션> <용서받지 못한 자>, <다섯은 너무 많아>, <송환> 같은 작품성 높은 ‘작은 영화’를 만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끔찍한 악몽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스크린쿼터는 꼭 필요하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미 FTA 협상의 전초전이라는 의미에서도 그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가 여기서부터 밀리기 시작한다면 문화향유의 권리를 포함해 치료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 등 우리의 기본권과 생존권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주어야 할 지도 모른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이 단순히 영화인들의‘밥그릇 싸움’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따라서 스크린쿼터 제도를 지켜내고 이를 발판으로 부당한 한미 FTA를 저지해야 한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세계를 획일화하고 모든 것을 상품화하려는 미국과 다국적 자본에 맞서 스크린쿼터축소 저지투쟁에 나선 영화인들과 함께 한-미 FTA 저지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2006. 2. 13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