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채택된 연구개발지원제도 환영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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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채택된 연구개발(R&D) 지원제도를 환영하며

전 세계 민중의 건강을 위해서는 이윤보다는 생명을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지적재산권 강화가 아니라 R&D협약 결정 이행에 주력해야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WHO의 R&D협약 결정에 따라 의약품 접근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라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에게 필요하지만 이윤이 생기지  는다는 이유로 연구, 개발되지 않고 있는 질병치료제의 연구를 위해 새로운 R&D(연구개발)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역사적 첫 발을 시작했다.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59차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각 회원국 대표들은 이윤이 아니라 환자의 수요에 따른 R&D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에 동의하고 이를 위해 WHO 내에 정부 간 기구를 설치하자는 데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WHO의 결정을 전적으로 환영하며, 이 결정이 충실히 이행되어 필요한 의약품이 전세계 민중들에게 공급되기를 기대한다. R&D지원제도는 세계은행 국민 소득군별 자료에 근거하여 고소득 국가는 GDP의 0.15%(중상소득 0.10%, 중하소득 0.05%, 저소득 0.00%)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전세계적으로 무시되는 질병(흑열병, 샤가스병, 기면병 등)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AIDS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과 전지구적인 전염병 치료, 보건시스템 확충과 적절한 기술 제공, 전통의학지식의 보존과 보급 등을 위해 우선적으로 재원을 사용하도록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의약품 판매액의 13%가 새로운 연구개발에 재투자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R&D 비용(11~13%)이 혁신적이고 효과가 개선된 약보다는 손쉽게 이윤을 획득하기 위하여 이름만 신약이고 효과는 비슷비슷한 의약품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고 미국 FDA는 밝히고 있다. 또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의약품 소비가 많은 미국 등 선진국에 잘 팔리는 약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 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의약품 생산은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연구에 1천억불 이상이 쓰이고 있으나 30억불 정도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3년 동안 전세계 NGO와 브라질 등 개도국 정부는 제3세계의 심각한 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R&D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도 의약품혁신보상펀드(미하원 결의 417) 법안을 2005년 초 Sanders의원이 발의하여 미국 GDP의 0.5%의 액수의 기금으로 추진하고 있다.(대략 일년에 600억달러)

“공중보건, 혁신, 필수적인 보건 연구 및 지적재산권: 세계적 행동전략과 계획”이라는 제목의 이번 결정에 따라 WHO는 의약품 접근권 문제, 특히 필수 의약품, 백신, 진단제 등에 대한 개발도상국 민중의 접근권에 대해 모든 회원국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정부간 working group을 구성하여 중기적 골격을 마련하기 위한 전세계적 행동전략과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지적재산권은 높은 의약품 가격과 독점권을 보장함으로써 의약품연구개발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의약품 연구의 방향을 환자의 수요보다는 이윤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특히 개발도상국 민중들의 심각한 보건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오히려 장해가 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번 결정은 이와 같은 숱한 논란 끝에 지적재산권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대안적인 인센티브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총회 결정에서는 2002년 도하에서 있었던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의 선언문의 정신을 재확인하였다. 도하각료회의 선언문은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협정)이 각국 정부의 공중보건정책에 장해가 되어서는 안 되며 각 국 정부가 공중보건을 보호할 권리,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진작시킬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해석·이행될 수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는 점을 천명하였다.

그동안 도하각료선언문의 취지는 여러 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인해 많이 훼손되었다. 미국은 도하선언문 채택에도 불구하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트립스협정 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할 것을 무역상대국에 강요하여 왔다. 따라서 이번 WHO 총회는 FTA체결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강요하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쐐기를 박는 의미도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한 이 때 WHO 결정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WHO 결정문에 찬성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요구대로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의약품 데이터 독점권이나 치료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트립스협정 이상의 보호수준을 요구한다면 이는 WHO의 결정과 2002년 도하각료회의 선언문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다. 의학분야 기술혁신의 발전을 위해 ‘기술혁신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지만 지적재산권제도가 ‘보상’을 위한 유일한 방법도 아니고 지적재산권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지나치면 권리자의 경제적 이익만을 키워줄 뿐 국가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위협하고 나아가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할 수가 있고, 한미 FTA는 그러한 악몽 같은 시나리오의 서곡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WHO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의약품 접근권의 향상을 위한 노력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6월 2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