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수신 : 각 언론사 사회부 및 복지부 담당
발신 :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02-3675-1987)
제목 : 보건복지부 의료법개정안(연기발표)에 대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성명
<성명> 의료기관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드는 의료법 개정안의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
- 의료법개정안의 문제점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포함된 것에 있다. –
보건복지부는 오늘 예정하였던 의료법 개정안의 공식 발표를 전격 연기하였다. 이는 그간의 논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의협 등 의료인 단체들이 협의 불충분을 이유로 발표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의료법이 국민 건강을 위하여 의료인, 의료기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니만큼, 관련 이해당사자 및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국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의협 등의 요구가 다소 돌발적인 측면이 있지만, 관련 이해당사자의 추가 협의 요청이 있는 만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협의 과정을 다시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러한 과정이 국민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이해집단의 배타적 이해가 관철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이해당사자만의 밀실 협의가 아닌, 국민에게 모든 내용을 철저히 공개한 상태에서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조항 하나하나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니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협의를 해서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번 의료법 개정안 및 추진 과정의 문제점은 보건복지부의 발표 연기도, 의협 등이 주장하는 몇몇 조항도 아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법 개정안에 국민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중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안은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 및 치료보다 그것을 매개로 돈벌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골몰하도록 유도하는 것임은 이미 우리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의료기관을 돈벌이 수단화하려는 방안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이른바 병원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를 활성화하여 이것을 매개로 의료기관의 영리 행위가 합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의료기관 네트워크 수준은 소규모 네트워크 의료기관간의 정보 교환과 브랜드 명칭 공유 정도이지만, 의료법 개정안의 관련 조항이 통과될 경우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정점으로 민간보험회사와 다수의 중대형 의료기관이 체인화되어 거대한 자본 투자 네트워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의료법인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항이 추가되었는데, 이것의 목적이 재정에 대한 신뢰 확대를 통해 의료법인이 채권 발행을 포함한 다양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의료법인의 재정 투명성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의료법인이 비영리기관으로서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하는 기관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료법인의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에는 찬성하지만, 의료 채권의 도입 등 의료법인의 자본 조달 방안 도입은 찬성할 수 없다.
셋째, 병원의 영리사업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현재에도 이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장례업, 주차장업 등의 영리사업을 의료법인이 직접 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호텔, 온천 등 관광숙박업, 병원경영지원회사 등의 체인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을 추가로 더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법인의 진료 및 치료 행위는 의료법인이 벌이는 사업의 극히 일부분이 되고 말 것이다.
넷째, 의료기관 유인, 알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 행위를 비영리 행위로 규정하여 어떤 이든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으로 유인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민간보험회사가 자신의 고객에게 특정 의료기관을 알선하고 그곳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조항이 삽입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 민간보험회사, 병원경영지원회사간에 돈벌이의 카르텔이 강고하게 형성되고, 이러한 현상은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사회적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의료기관을 돈벌이 전선으로 몰아넣고, 환자는 지불 능력에 따라 평가되고 대우받는 사회로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은 독소 조항들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러한 조항들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즉각 제외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의료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의료법을 현실화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입법 목표는 허울뿐이고, 진정한 목적은 의료기관이 환자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는 거간꾼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임을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는 건강과 생명을 팔아 돈을 챙기는 부도덕한 행위를 합법화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고, 광범위한 시민사회 진영의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끝)
2007. 1. 29(월)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