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는 대구적십자병의 폐원 방침을 당장 철회하고 정상화방안을 마련하라!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대구적십자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확대하라!
대구지역에서 한때 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던 대구적십자병원이 대한적십자사에 의해 사실상 폐원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내과와 가정의학과 두 개의 과로 축소 운영되어 환자가 급감하더니, 지금은 기존에 남아 있던 1명의 의사마저 2월 24일자 계약 해지될 예정이고 마지막 2명 남은 환자도 현재 모두 퇴원한 상태라고 한다. 2월 24일 이후엔 병원내에 환자를 볼 의료진이 없고,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이후 대책도 내놓은게 없어 사실상 폐원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적십자사는 대구병원 내에 있는 국가부지를 65억원을 주고 매입하였다고 한다. 지난해 외부에 용역 의뢰하여 대구병원 경영합리화방안으로 내놓았던 ‘폐원과 부동산매각’을 기어코 실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의 이러한 결정은 적십자 병원의 적자 경영은 이제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서비스제공’보다는 ‘수익성’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내에서 몇 안돼는 공공의료기관으로 대구적십자병원이 여태껏 수행해왔던 역할들에 비춰볼 때, 그리고 박애, 봉사, 인도주의라는 설립이념에 비춰봐서도 적십자사의 이러한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자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무관하게 가난한 자에게도 부자들과 공평하게, 그리고 국적에 상관없이 이주노동자들도 내국인과 공평하게 건강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박애주의, 인도주의 정신 아닌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으로서의 건강권, 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 않는가?
2006년부터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지정되어 정부로부터 지원금과 공공병원 운영평가를 받아온 대구적십자병원은 그동안 그러한 역할을 나름 충실히 수행해왔다.
대구적십자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중 의료수급권자(보호1종)가 차지하는 비율은 70.4%로, 지역거점공공병원의 평균 비율이 25.4%인 점과 비교해도 보아도, 대구적십자병원이 그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를, 지역내에서 갈 곳 없는 빈곤층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실제 대구적십자병원은 외래가 축소·운영되기 전까지 ‘쪽방’에 거주하는 독거자와 노인, 그리고 노숙자, 이주노동자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치료해오며 도심 구호병원으로 그 중심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8년 정부가 시행한 ‘공공의료계획 시행 평가’에서 취약계층지원부문에서 우수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대구적십자병원의 그동안의 누적된 적자는 그 지역의 소외된 빈곤층,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와 같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해서 발생한 건전하고 불가피한 적자이다. 이러한 불가피한 적자를 해결한답시고 수익성을 좇아가거나 아예 병원 문을 닫아버린다면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가. 이들이 대구지역에서 맘 놓고 갈수 있는 공공병원은 대구의료원과 적십자병원뿐이다.
또한 지역의 의료소외계층에게 적십자병원의 이용이 편중된 위의 통계결과는 한편으로는 대구적십자병원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얼마나 질적으로 낙후되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도 공평하게 국가와 사회로부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에도, 우리나라 헌법에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로 명시되어 있다. 공공병원인 대구적십자병원도 지역의 빈곤층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사회적 역할이 이미 부여되어져 있는 것이다.
낙후된 시설과 장비, 부족한 인력으로 대구적십자병원이 지역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충분히 조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며, 국가와 사회는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 찾기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구적십자병원의 표면적인 재정적자와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부실하기 그지없는 의료인프라의 책임은 턱없이 부족한 재정지원과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경영행태로 일관했던 대한적십자사와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에 있다.
2008년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대한적십자사가 6개 적십자병원에 지원한 총액은 4억7천만원으로 적십자사 1년 전체 수입의 0.4%, 국민들이 낸 회비 모금액의 1%밖에 안될 정도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홍보 및 회원모집에 회비의 25%인 95억원을 쓴것과 비교하면 빈곤층을 위한 병원사업은 거의 생색내기 수준인 것이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작년 정부가 신종플루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할 때 인력, 시설 등 공공투자의 부족을 이유로 제외된 유일무이의 공공병원이다. 10%도 채 되지 않은 열악한 공공병원 인프라의 확장을 위해서도, 신종플루와 같은 신종전염병 창궐에 시기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도 정부는 작금의 대구적십자병원이 처한 현실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대한적십자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의 폐원 방침을 당장 철회하고, 병원 정상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모든 재정적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위의 우리의 요구가 묵살된다면 우리들이 낸 적십자회비가 제대로 쓰여질 때까지 적십자회비 납부거부 운동을 벌일 것을 대한적십자사에 엄중히 경고한다.
20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