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김진숙 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은 원하는 곳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김진숙 지도위원 외 3명의 크레인 농성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 연행과 임의로 행한 병원입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길고도 고통스러웠던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은 한진 중공업 노동자 자신들의 투쟁뿐만 아니라 차별과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의 연대로 승리하였다. 이번 승리는 작게는 한진중공업이란 단일 사업장의 승리일 뿐 아니라, 그간 개별기업의 막무가내식 정리해고를 막아낸 역사적 사건이며, 이를 지지한 평범한 국민 모두의 승리였다.
이 때문에 회사는 노조와 몇 가지 합의를 하였는데, 그 중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포함한 크레인 농성자들에 대한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적 합의로 해결된 이번 사태에 김진숙 지도위원과 크레인농성자를 구속하면서 강짜를 놓으려고 한다. 우리는 지난 기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정에서 경찰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는 추락사망의 위험이 높은데도 강제진압을 하려다가,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그만둔 위험천만한 시도를 한 적도 있었다. 또, 희망버스를 막는답시고 어버이연합 소속 노인들이 영도대교를 넘어가는 자발적인 행사참가자들을 검문 검색하는 것에 대해서는 뒷짐 지고 서 있기도 하였다. 민간인이 민간인을 함부로 조사하고 구타하는 초헌법적인 행사에 뒤에서 뒷짐 지고 구경함으로서 사실상 경찰이 위법을 자행한 경찰의 행태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은 309일간의 고공농성을 해왔으며, 그간에 우리는 농성장을 방문해 심각한 건강악화를 확인한 바 있다. 이제 김진숙 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은 환자로서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환자로서 당연히 자신을 진료할 의사와 병원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그 누구도 함부로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김진숙 지도위원의 진료를 담당한 의료인이 있는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기로 한 것을 경찰이 막아섰다. 그리고 노조가 원하는 병원으로의 이동을 막은 이유는 허울좋게도 시설 좋은 대학병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경찰은 이들이 원하는 병원과 의사들을 두고, 동아대병원으로 강제로 입원시켰다.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데 왜 데려가는가? 원하지 않는데 임의로 지정한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은 연행 아니면 납치가 아닌가. 그런데 더욱 어이없는 것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입원중에도 경찰조사를 받고 있고 내일 오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소식이다. 소위 경찰이 데려간 그 ‘시설좋은’ 동아대병원은 마치 묵계가 있었던 듯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소견서 한 장만을 가족들에게 건네고, 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한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그간 김진숙 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의 건강을 진료해온 기록을 보아왔고, 의학적으로 충분한 안정가료 및 각종 검사가 필요한 상황임을 확인하였다. 309일을 넘게 공중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어찌 성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범죄를 저지른 사장들은 구속 중에도 어떤 이유로든지 건강상의 이유로 일주일, 아니 한 달씩 병원에서 쉬게 하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힘없는 국민들을 대신해 최전선에서 싸운 대가가 인간으로의 기본적 권리인 진료받을 권리도 박탈당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지금 당장 김진숙지도위원을 포함한 농성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진료와 치료는 환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의료진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환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이다.
그런데 이제 파업이 끝나고 회사와 합의도 다되었는데, 크레인 농성자들이 자신의 의지로 병원에 입원할 권리를 가로막는가. 누가 경찰에게 이런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할 권리를 주었는가?
만약 그간 외로운 고공농성을 해온 김진숙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을 추락위험에서도 연행하려고 했던 행위에 덧붙여 최후까지 억측과 악행을 거듭한다면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경찰과 정부는 똑바로 처신해야 할 것이며, 계속해서 상식에도 맞지 않고 법에도 없는 억지를 부린다면 모두의 저항을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1년 11월 11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