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건강보험 재정위기, 무엇때문에 제기되나?
김종명(인의협 정책팀장)
정부와 보수언론이 건강보험의 재정파탄 위기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2007년 건강보험 적자가 2,847억에 달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3월 31일자)는 하루 13억씩 적자라며 지난 정부가 병원 밥값까지 보장해주는 등 생색내기를 한 결과라며 탓한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과거 10년간 좌파정권의 건강보험 정책이 효율성은 도외시한채 퍼주기식 보장확대에만 매몰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머니투데이’에서 인용)하였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하였고, 심지어 ‘전염병이라도 창궐한다라면 건보재정은 순식간에 바닥날 상황’이라는 어이없는 엄살을 피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명박정부의 건강보험의 정책방향은 퍼주기 정책이 아닌 효율성과 재정안정을 강화하는 정책에 중점을 둘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먼저, 정부와 보수언론이 주장한 것처럼 건강보험의 일부 적자가 식대의 보험적용과 같은 보장성을 확대한 것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식대 등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비용은 사전에 예측하여 미리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에 반영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보장성 강화를 무작정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향을 흠집내고자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
건강보험의 재정적자의 실재 주요 원인중 하나는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지원을 꾸준히 어겨왔던데 있다. 사실 정부가 법대로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정의 50%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1조5천억(2002년~2005년)의 재원이 추가 적립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라면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커녕 현재 건강보험 금고에는 2조 5천억의 넘는 돈이 쌓여 있게 된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재정위기 시비는 오히려 지금까지 건강보험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의 재정 추계는 상당한 오차범위내에서 이루어졌다. 2003년의 경우 정부는 419억 흑자를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1조 794억이 흑자였고, 2004년의 경우도 5000억 정도 흑자를 예상한 정부의 추계와 달리 실제로는 1조 3740억이 흑자였다. 5000억에서 1조 정도는 얼마든지 추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작년의 재정적자와는 달리 금년 1,2월 동안의 재정 수입 지출 현황에 의하면 오히려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였다(표 참조). 재정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호들갑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물론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은 어렵다. 그러나, 올해에도 건강보험료가 6.4%로 대폭인상된 점과 보장성은 오히려 후퇴(병원 식대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20%에서 50%로 인상, 6세미만 본인부담 제로에서 10%로 인상, 장제비 폐지 등)한 점을 미뤄볼 때 정부나 언론의 엄살대로 건강보험이 파탄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재정위기에 대한 정부와 보수언론의 호들갑은 두 가지를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재정위기의 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과잉 반응 다음의 의도가 무엇인지 말이다. 아무래도 후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향후의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과 맥이 닿아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의 적자가 마치 보장성 강화때문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보다는 의료 상업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의 위기를 과장함으로써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감시의 눈길이 멈추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