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 대중들과 함께 한국정부에 말한다.
2월 13일, 한국정부와 국회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추가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민의 70%가 전투병 파병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음에도, 국민 여론은 너무도 쉽게 무시당했다. 설상가상으로 3월 12일엔 80% 국민이 반대해 왔던 ‘대통령 탄핵안’이 일사불란한 군사작전을 통해 순식간에 통과됐다. 이미 국회가 국민여론을 무시해 왔던 바 수 차례였지만, 이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의회 쿠데타’일 뿐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민주당은 탄핵반대운동이 전국을 휩쓸자, ‘촛불집회 참석자는 실업자’라는 망언으로 국민들까지 탄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민주당이 여기까지 오게된 이유는 대통령이 싫고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위기감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따로 있다. “이라크에 왜 고작 3600명 만 보내냐? 옛날 같으면 빨갱이 영화로 몰려도 시원치 않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왜 천만 명이나 몰리느냐? 노무현은 왜 국민들 눈치 봐 가면서 파병안이나 FTA 비준안을 미루느냐?” 한나라·민주당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미 인기도가 떨어진 대통령을 밀어내고 자신들이 직접 ‘반전운동’ 및 ‘대중운동’을 사냥하고 싶은 것이다. 한나라·민주당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은 차떼기 같은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쥐죽은듯이 조용한 세상이다.
이번에 파병될 한국군은 순수 전투병만 3000명을 넘는, 그야말로 세계 세 번째로 많은 파병규모다. 또힌 한국군이 파병될 키르쿠크 지역은 최근 이라크 주민들의 공격이 빈발하는 곳으로, 한국군 추가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하루 전과 당일 대규모 폭탄테러가 있었던 곳이다. 이는 이라크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의 요청대로 키르쿠크에서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주둔할 경우, 한국군은 그야말로 미군들의 총알받이 그 이상이 아닐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해,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은 그간 줄기차게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및 한국군 추가파병’에 반대해 왔다. 덧붙여 이라크 주민들 또한 ‘외국군대가 어떤 형태를 띄더라도’ 이라크에 오는 것을 반대해 왔다. 심지어 이라크에 파병돼 있는 미군들 또한 더러운 침략전쟁에 회의감을 느껴, 양심적 군대복귀거부와 입영거부가 속출하고 있다.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전쟁놀음에 미쳐있는 자들은 오로지 부시와 블레어, 그리고 한국정부와 국회 같은 전쟁 부역자들뿐이다.
2004년 3월 20일, 유럽·북남미·아시아·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은 여전히 주장한다.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라!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부시는 지금 이라크라는 수렁 속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 또한 자국민들의 저항에 밀려 실각위기를 맞고 있다. 스페인과 중남미 국가들에선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해, 이미 파병된 군대를 회군해야 할 처지에 있다. 한국에서도 파병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이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제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전쟁반대! 파병반대! 민주주의 수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백남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