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럼스펠드 비밀메모 “이라크 전략 대폭 수정해야

럼스펠드 비밀메모 “이라크 전략 대폭 수정해야”  
  완만한 철군, 이라크 내 미군기지 대폭 감축 등 제안  

  2006-12-03 오후 3:58:32    

도널드 럼스펠드가 국방장관직을 사퇴하기 이틀 전 백악관에 비밀메모를 보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략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략 수정을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이 비밀메모를 단독입수해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럼스펠드는 백악관에 제출한 11월 6일자 메모에서 “상당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나의 견해”라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역할이 충분하거나 조속히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시인했다.
  
  ”럼스펠드의 좌절감을 드러낸 것”
  
  럼스펠드가 제시한 방안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완만한 철수 개시까지 포함하고 있어, 민주당 등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비판적인 진영에서 제기한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럼스펠드는 이라크의 상황이 변하고 있으며, 미군은 전투작전보다는 테러와 반군에 대한 대응, 그리고 자살특공대와 종파 간 분쟁의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략을 수정할 경우 정치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국민의 기대를 낮추는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어떠한 새로운 방안을 결정하더라도 시도해본다는 차원임을 밝혀야, 필요할 경우 또다른 방향으로 전환해 패배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군의 임무를 재조정하고, 미국의 목표는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사퇴 이틀 전 백악관에 비밀메모를 보내 이라크 전략의 대폭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 로이터=뉴시스

  <뉴욕타임스>는 “이 메모는 이라크에 책임을 넘기는 작업에 대한 좌절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백악관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제시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등과 유사한 방안들에 대해 검토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간선거 전날 백악관에 보내진 럼스펠드의 이 메모에는 그가 사임할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AP>는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가 익명을 한 발언이라면서 “그는 럼스펠드가 자신이 물러날 것을 알면서 메모를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또 “럼스펠드는 이전에도 이라크에서 미국의 역할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있지만, 이라크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술에 상당한 변화를 취할 것을 촉구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럼스펠드 장관 시절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로렌스 디 리타는 “럼스펠드가 제시한 방안들은 그가 새로운 대안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경직되고 꺼려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항간의 비판과는 대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에릭 러프 대변인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비밀메모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면서 “럼스펠드의 견해는 사퇴 전 몇 주 동안 정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럼스펠드가 제시한 방안들은 개인적 차원이며,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럼스펠드 “미군과 연합군의 완만한 철수 시작하라”
  
  다음은 럼스펠드가 비밀메모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방안’이라며 제시한 목록이다.
  
  - 이라크 국민을 움직이고, 미국민에게는 이라크 상황에 진전이 있을 수 있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기 위해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합의한 일련의 조치들을 공표하라.
  
  - 미군 훈련요원과 이라크 파견 요원들을 대거 증원시키고 더 많은 미군의 장비를 이라크 보안군에 이전하라..
  
  - 한 명 이상의 이라크 군인들을 미군이나 동맹군 조직에 편입시키는 ‘역 임베드 프로그램’을 실시하라.
  
  - 미국의 퇴역군인들과 자원자들까지 이라크 각 부처에 보내 역량을 강화시켜라.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감축하라. 이미 110개에서 55개로 줄였지만, 2007년 4월까지 10~15개, 그리고 2007년 7월까지는 5개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라.
  
  -동맹국들이 파병병력을 줄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알카에다, 자살특공대, 그리고 이라크에 있는 이란인들을 상대로 한, 첨단 전투력을 가진 군사력을 유지하라.
  
  -미국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지방정부나 도시들에만 미국의 보안군을 지원하라.
  
  -재건자금은 ‘나쁜 행위’에 대해서는 주지 말고 ‘좋은 행위’를 보상하는 데 쓰라.
  
  -이라크 정부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란과 시리아쪽 국경에 상당수의 미군을 배치하라.
  
  -취약지점에서 미군을 빼내 신속대응군으로 활용하라. 이라크와 쿠웨이트 안에 머물면서 이라크 보안군이 지원을 요청할 때 즉각 응할 수 있도록 하라.
  
  -미군과 연합군의 완만한 철수를 시작해 이라크인들이 더욱 정신을 차리고 자기 나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라.
  
  이 비밀메모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덜 매력적인 방안’으로 ‘이라크 연방제’,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바그다드에 2만 명 이상의 병력 증파’, ‘바그다드로 이라크 주둔 주력부대의 이동배치’ 등 6개가 곁들여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1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라크의 최근 폭력사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많은 미국 국민들이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에 놓인 과제가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지원해 이라크의 민주제도를 강화하고 국가통합을 촉진하는 한편, 미국의 군부와 외교부가 이라크가 자유와 민주주의로 가는 탄탄한 길에 오르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