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이집트 국제 카이로 반전 회의 및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5일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독 및 일정에 밀려 보고가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잠시 이집트의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집트는 1981년 이후로 호스니 무바라크가 철권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민주화 운동이 성장해 무바라크 독재 통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는 이라크 침략 전에 5만명 이상이 카이로 도심 광장을 점거하고 반전 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는 이집트 사회에 가득한 무바라크 독재에 대한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고 키파야(아랍어로 이제그만) 운동이 탄생하게 만들었습니다. 침략에 반대하는 운동이 정권을 향한 분노를 폭발시키게 한 것이지요.
카이로 회의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앞두고 2003년 중동 저항세력과 유럽 반전 운동의 만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사회 포럼 때 피렌체에서 백만명 민중들이 모여 반전 반신자유주의를 외치던 모습을 본 이집트 활동가가 유럽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구분해야 겠다는 것과 민중, 대중 투쟁에 대한 영감을 받고 그전 소수 엘리트의 군 쿠데타 방식으로 진행되던 운동을 탈피하기 위해 기획된 회의이기도 합니다. 1차400명, 2차800 명,,,4차 2000명의 참가까지 꾸준히 성장해온 이 회의는 올해 헤즈볼라, 하마스, 베네수엘라, 한국 등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참가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국제 반전 운동의 승리로 고양되고 이집트 운동이 급진화 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이번 회의를 참가할 수 있었던것은 제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이 두번째 국제행동의 참가였는데, 지난 케냐 세계사회포럼에서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전 세계 활동가들의 열망과 열기를 느꼈고 공동반전행동 등을 결정했던 사회 운동 총회 및 여러 시위 및 행진, 특히 반전 시위를 통해 국제 연대의 힘과 가능성을 느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포럼의 내용은 각 나라의 상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에 그치는 것들이 있어 약간은 지루하기도 하여 뭔가 찝찝함이 있었는데 이번 카이로 회의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카이로 반전 회의는 전 세계의 피억압자들이 모여 행동의 지침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의 카이로 회의가 중동의 저항세력과 유럽 반전 운동의 만남이었다면 이번에는 한국 참가단의 대거 참가로 분위기를 바꾸었고 여러 중동의 활동가들에게 정치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언론, 표현의 자유가 없는 독재 정권 치하임에도 무엇보다 군사 재판을 받게 된 민간인 40여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어린 자녀들의 활동 및 청년들의 열정적이고 조직적인 활동과 히잡을 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들이 회의 내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이번 회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몇가지는,
첫째, 참가자들이 엄청 급진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내에서 “폭력투쟁” 으로 보여지는 행동들에 대해, 이라크의 무장 저항에 대해 옹호는 하지만 내심 자신있게 주장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마음속 찝찝함을 말끔히 해소할수 있었습니다.
<저항을 위한 세계적 연대 건설> 이라는 포럼 중에 헤즈볼라인 알리타이드 박사는 저항운동은 인간을 방어하는 높은 도덕성을 지닌 투쟁이다. 다른 대안이 없기에 무장 투쟁이 시작되었고 안보와 민중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평화주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무장저항도 단순한 군사적 문제가 아닌 우리의 정치적 투쟁의 수단중하나일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서슴없이 하였습니다.
특히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승리가 사람들이 자신이 약하게 느껴지더라도 상대에 대항해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이집트 좌파 세력을 양극화 시키고 전 세계 반전활동가들에게 영향을 미친것 같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바라크의 독재에 맞서 무슬림 형제단등 이집트 활동가들이 그들의 탄압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자리가 없었는데 그들은 이번 국제 회의의 기회를 십분 발휘하여 무바라크 및 그들의 가족들까지 처형을 해야한다는 등의 그 전 이집트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들을 하며 그동안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두번째, 모든 참가자들이 모든 차이를 벗어나 “국제적 단결”을 강조한 점입니다.
몇몇 언론은 이 전쟁이 종교 차이에 따른 내전인 것 처럼 보도하지만 그들은 분명했습니다.
이 투쟁은 문명의 충돌이 아닌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투쟁이며
종교간 충돌(유대교 vs 이슬람교)이 아닌 정치투쟁이고 점령군과 피점령 민중간의 충돌이기에 단결하여 저항 운동 세력간의 연대를 구축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수니파 하마스와 시아파 헤즈볼라가 서로와의 연대를 얘기하고 한 헤즈볼라 활동가는 ” 같은 무슬림이라도 미국의 점령을 지지하면 우리의 적이고, 기독교, 유대교라도 제국주의에 반대하면 우리의 동지다” 라고 말하기도 하여 종교와 인종을 넘어서 공동의 적에 맞선 공동의 단결을 강조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참가한 민주노동당 김은진 최고의원의 발언처럼 아랍의 저항과 이집트의 반독재투쟁, 한국의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은 모두 연결된 하나이며 우리 또한 세계적 저항의 일부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는 결합하여 그 세력을 확장시켜 가고 있는 지금 우리도 결합해햐 합니다. 우리는 함께 “one solution , revolution” 이라는 급진적 구호도 함께 외쳤었는데 우리는 공동의 적에 맞서서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 뿐만 아니라 피억압자들의 모든 형태의 저항을 연결시키고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이집트 활동가들의 적극성과 조직력입니다.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발언하는 젊은 여성 활동가들이 많았는데 무슬림 여성은 소극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슬림 형제단의 한 여성은 “ 우리는 우리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우리를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 말하는가…우리에게 자유를 가르치지 마라. 우리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우리 스스로 그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하였는데 “여성 해방”을 핑계로 전쟁을 정당화시키려는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적극적으로 한국 참가단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토론하기를 원했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그들의 열정과 독재정권의 억압에 대한 분노와 투쟁의 의지는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리고여성들이 무장 저항에 있어서도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헤즈볼라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무기를 들고 싸우고, 남편과 아들들이 전장에 나가도록 고무하는 모습들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장에서의 느꼈던 급진적으로 역동적인 발언과 토론의 열기, 그 느낌들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함이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토론을 통해 한국 뿐 아니라 그리스, 이집트 등 전세계 지배자들은 교육, 의료, 전쟁 등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가며 전 세계 피억압자들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미 fta, 비정규직, 한국군 파병, 그 밖에 그 모든 운동은 모두 세계의 저항과 연결되어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국제 저항의 일부입니다. 공동의 적에 맞서서 분열하지 않고 국제적 연대를 건설하고 더 나아가 더 광범한 세계적 신자유주의 및 제국주의 반대 운동의 적극적인 일부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활동을 지지해주시고 좋은 기회를 주신 많은 동지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서서 더 열심히 활동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들은 2차 보고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