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납치사태의 진정한 해결책은 즉각 철군뿐이다.
지난 20일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AP통신을 통해 21일까지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한국 인질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납치되었던 독일인에 대해서도 독일정부가 철군을 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밝혔고 독일정부가 이를 단호히 거부하자 21일 살해했다. 납치된 한국인들도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탈레반은 한국정부가 연말 철군 가능성을 내비치자 환영논평을 내고 인질과 동수의 탈레반 죄수 석방을 요구하며 아프간, 한국 정부와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을 통해 한국인들이 무사히 한국에 살아 돌아와야 겠지만 협상은 납치 사태를 풀어가는 정답이 아니다. 파병된 모든 한국군을 즉각 철군하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아프간 사태는 반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동의.다산 부대는 의료와 구호 지원을 위한 비전투부대”라며 “그동안 매일 수백 명의 주민들을 진료하고 복지시설과 교량건설 등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돕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활동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질은 동의, 다산부대가 진료, 재건을 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군이 미 제국주의 세력의 아프가니스탄 침략에 대한 상징적 지지세력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 있다는 데 있다. 결국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아프간에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한국인을 테러의 표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지난 윤장호 병장과 김선일씨의 죽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정부가 연말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필요한 것은 철군 계획이 아니라 즉각적인 철군의 실시이다. 이미 아프간으로의 파병 기간이 6차례나 연장되었을뿐더러 올해 내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는 계획마저 사실상 백지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 한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 필요하다며 특정지역의 재건을 맡아줄 새로운 부대의 파병을 한국에 요청했다는 점은 더더욱 연말 철군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철군은 테러범에 굴복하는 것이고, 한국의 경제적 이익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철군에 반대한다. 테러는 분명 위험한 것이고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인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한국정부의 파병때문이다. 그 원인만 제거하면 더 이상의 테러는 발생하지 않는다. 탈레반이 아프간 침략국 국민들을 납치해왔다는 사실을 봐도 이는 명확하다. 또한 아프간, 이라크등의 파병을 통해 우리나라가 얻은 경제적 이익은 거의 없다. 설사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을 죽음의 테러에 내맡기고, 아프간, 이라크인들의 처절한 비명과 죽음의 피로 점철된 식탁보를 깔고 기름진 식탁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더 이상의 김선일, 윤장호가 나와서는 안된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마주한 협상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프간, 이라크, 레바논의 민중들이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도 모든 한국군은 즉각 철수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정부가 모든 파병 한국군을 철수하기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 모든 수단과 활동을 통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