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또 연장’ 국회동의 진통 예고
[한겨레] 정부가 결국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이툰부대 이라크 주둔 1년 연장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정부가 약속한 ‘연내 철군’ 방침을 뒤집은 것이고, 파병반대국민행동 등 시민사회진영이 “파병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해왔던 점에 비춰, 국회 동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국내 정치적 부담에도 ‘파병 연장’ 결정을 내린 데에는, 한-미 동맹 및 북핵 문제에 따른 ‘대미 부담감’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능화 국면’으로 들어서며 빠르게 진전되는 6자회담에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부에선 ‘연내 철군’ 의견도 강했으나, 결국 국방부·외교통상부 등의 ‘파병 연장’ 주장이 관철된 셈이다. 정부가 2003년 지지세력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파병을 강행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핵 문제’와 한-미 동맹 문제가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쪽은 최근 들어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해 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라크에서 자이툰부대가 임무를 매우 전문적으로 능숙하게 수행해 평판이 높다”며 ‘계속 주둔’을 직접 요청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와 대화·협의를 통해 동맹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답해, 사실상 ‘파병 연장’ 약속을 했다. 이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남북한과 평화협정 공동서명 제안을 하는 등 한국 정부가 자이툰 부대 문제에서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도록 ‘방어선’을 쳤다.
미국은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한국군의 파병이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그 직후인 17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올해 말까지 자이툰부대를 철군하겠다는 기존 방침과 한반도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한-미 공조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천 대변인의 “올해 말에 파병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정부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강조와 크게 달라진 발언이다.
‘실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전면 철군하면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며 “규모를 줄여서라도 당분간 주둔해야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지난 7월 ‘임무 종결 시한’ 보고를 뒤로 미루며 “국내 기업의 쿠르드 자치 구역 유전개발 진출 가능성” 등이 중요 고려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선 국내 기업의 재건사업 참여 실적이 미미한 점 등을 들어 ‘파병 연장을 위한 구실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부차적이긴 하지만 군 쪽에선 ‘해외 파병 경험 축적’ 등 군사적 고려도 제기해왔다. 이제훈 손원제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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