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점령과 학살을 확산시킬 아프간 재파병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아프간 재파병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25명 수준의 지역재건팀 인원을 130명으로 늘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 300명의 전투병을 파병한다는 계획이다. 2007년 말 아프간에서 대규모 한국인 피랍사태가 발생할 당시 주둔하고 있던 한국군의 규모가 19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병규모는 못해도 당시의 2배 이상인 셈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전투병을 파병할지 경찰을 파견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하지만, 국방부에선 벌써부터 공수부대 300명 이상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지역재건팀 인원이 25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나는 대규모 파병이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의 공식적인 2차 파병이며, 다음의 몇 가지 거짓말에 근거하고 있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아프간 전쟁이 국제적 대세이며, ‘그로벌 코리아’를 위해서라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다. 단적으로 유럽에서는 영국을 제외한 모든 파병국들이 군대증파를 반대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군대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모두 8년을 끌어오면서도 지지부진하거나 심지어 대규모 증파 없이는 현재의 열세마저도 유지하기 힘든 아프간 전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아프간 전쟁 및 증파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이 60%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민들의 다수가 장기간의 아프간 전쟁에 염증을 그리고 늘어나는 희생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반전정서를 의식해서인지, 오바마 행정부는 ‘비전투병’이란 명목으로 1만 3천명을 비밀리에 증파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재파병 계획은 국제적 정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아프간 주민들의 희생을 확산시킬 뿐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는 아프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국제적 흐름에 동참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야말로 아프간에서 평화를 뺏어간 주범이며, 이들에 의해 자행된 아프간 전쟁의 참상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아프간 민간인 4만 여명이 전쟁으로 피살됐다. 물론 이는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희생자이며 공식적인 발표일 뿐, 실제 사망자는 수십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파괴, 빈곤 등으로 아프간 사람의 평균수명은 43세에 불과하다. 어린이 25%가 5세 이전에 사망하며, 인구의 70% 이상이 만성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마약판매는 국제 점유율 97%에 이르도록 성황이며, 이는 미국의 꼭두각시 카르자이 정권과 그 친동생이 직접 운영하는 마약상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이 모든 재앙의 책임은 분명 미국과 카르자이 정권에 있음에도, 지금 이들은 오로지 군대증파만을 요구하고 있다. 더 많은 희생과 학살을 통해 자신들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국제평화의 적들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아프간에 파견되는 인원은 민간전문요원이며, 아프간 전쟁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아프간에 거주하는 지역재건팀은 전혀 평화적이거나 인도주의적이지 않다. 미국 전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지역재건팀을 ‘우리 전투력의 중요한 일부’라고 불렀으며, 실제로도 지역재건팀은 연합군의 예하부대로 편제돼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NGO들의 말대로, 아프간에서는 모든 인도주의적 사업이 대 게릴라전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현재 아프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의 지역재건팀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납치 고문으로 악명이 자자한 바그람 공군기지 안에 거주하면서, 미군과 그 관련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및 경찰훈련을 맡고 있다. 때문에 현지의 지역재건팀은 그자체로 전투병력이며, 심지어 미군과 함께 생활하고 미군과 함께 이동하는 미군 그 자체인 것이다.
넷째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아프간 전쟁지원 비용이 국제적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비 인도주의적인 발상은 차지하고서라도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한구정부가 그동안 아프간 전쟁에 쓴 경비만도 1500억 원 이상이다. 또한 내년에도 당장 520억 원이 집행될 계획이며, 여기에다 다시 1000억 원 가까이 추가예산이 편성될 예정이다. 도시빈민이나 해고노동자들에게는 일원 한 푼도 인색해하던 이명박 정부가 유독 아프간 전쟁에는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재파병의 명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과 과장으로 포장돼 있다. 국제적으로도 다들 기피하는 침략전쟁에 뛰어들어 학살과 희생을 확산시키는 행위에 한국 젊은이들과 국가적 예산을 낭비하려 하고 있다. 지금 아프간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요구는 외국군대의 즉각적인 철수다. 미군과 외국군대와 함께하는 한 평화사업이든 인도주의적 지원이든 점령군의 일부일 뿐이다. 때문에 이번 이명박 정부의 아프간 재파병 결정에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신종플루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요즘 부실한 공공의료자원을 확대하기는커녕 학살과 희생만을 확산시킬 아프간 재파병 결정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만약 끝내 재파병이 강행될 경우 보건의료인들은 국민적 저항에 함께할 수밖에 없으며, 그 모든 사회적 책임은 이명박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