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희망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선언 제안

  
민주노동당 부산시지부 이창우 대변인이 쓴 제안문입니다.
딱딱한 선언문을 자세히 읽어볼 사람은 별루 없을것 같구…
이런 식으로 절절히 호소하는 글을 함께 보내는 건 어떨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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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광장에 진보의 씨앗을 뿌려보지 않겠어요?

민주노동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희망하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선언에 동참해주십시오.

우리는 지금 미완의 혁명 6월 민주항쟁이 못다 해결한 해묵은 숙제를 풀고 있습니다. 낡은 지역주의도 수구 냉전의 잔재들도 지금 저 촛불의 광장에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낡은 정치와 수구 잔재인 한-민당이 스스로 제 명을 단축시켰습니다. 탄핵이라는 뇌관을 격발시킴으로써 정치적 자살을 감행한 것이지요. 이로써 지난 50년동안 우리 정치를 3류 정치로 만들어 왔던 수구냉전세력은 역사의 무대에서 하직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르펜처럼 반동적 수구세력으로 남아있기야 하겠지만 잃어버린 10년 이후 저들의 재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의미있는 정치적 대립구도는 보수와 진보의 구도로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예상하는 정치구도는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합리적 보수’가 의회 과반수 1당을 차지하고 수구 보수세력인 한나라당이 찌그러진 채로 영남에서도 다수 의석을 잃어버린 채로 영남의 잔민련으로 내려앉을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자폭해 민주노동당 뒤로 쳐지며 그 정치적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진보적 야당’이 열린우리당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실제 의미있는 견제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경쟁구도가 정착된다면 수구 반동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겠죠?

자, 이제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저 촛불의 광장에 진보의 씨앗을 묻어두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넘어 진보정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에 주목해달라고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모아주십시오. 탄핵의 후폭풍에 진보의 싹마저 무참히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섬세한 선택이 필요한 때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민주노동당의 김석준을 죽이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라고 여러분이 그간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쌓아 온 도덕적 권위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이 생을 바쳐 추구했던 가치가 무엇이었습니까? 그저 저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승리가 종국의 목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노무현정권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이 보여주는 대외정책-이라크 파병, 통일정책-한미공조, 경제정책-2만불 시대, 노동정책-비정규직 확대, 환경정책-부안 핵폐기장이 사회운동을 해 오셨던 여러분의 최종 목표라고 저희들은 믿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무한경쟁의 수레바퀴에 짓이겨 진 서민들의 삶을 보듬어 왔습니다. 개발지상주의에 맞서 도롱뇽의 삶터를 지켜왔습니다. 명분없는 파병에 반대했고, 세계 평화 애호 민중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김주익열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분루를 흘렸고, 부안핵폐기장을 저지하려는 부안군민과 주저없이 연대했습니다. 개인의 입신이 목적이 아니라면 바로 우리가 힘을 합쳐 함께 해야 할 정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노무현-열린우리당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정책이 17대 국회에서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미국식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주주자본주의로 한국 경제를 운용하는 기조가 관철되는 한 민중과의 대립은 불가피합니다. 진보 야당을 키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나아가 원내교섭단체까지 구성할 수 있다면 한국 정치도 비약적으로 성숙할 것입니다.

총선 올인에 성공한 노무현-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이제 확정적입니다. 과거에 이른바 ‘비판적 지지’는 박빙 선거구도에서 강요당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열린우리당의 압승 분위기에서 비판적 지지가 설 자리는 없겠지요. 탄핵 후폭풍이 비록 총선의 선택지를 단순화해버리긴 했지만 더 이상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이념대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역사의 진보를 위해 함께 해 온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합니다. 17대 국회에서 진보야당의 존재를 적극 인정한다면 민주노동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주십시오. 조직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 진보의 한 길에 자신의 젊음을 아낌없이 바쳐 온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민주노동당이라는 옥동자를 받아내는 산파로 자신의 이름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