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보건의료인은 진주의료원 폐원 철회를 요구합니다. 공공의료와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는 지켜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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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의 폐원을 위한 휴업이 이제 8일째입니다. 200여명의 환자를 반강제로 퇴원시키고 약품 구입을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병원에 갈 곳 없는 가난한 40명의 환자들이 남아있습니다. 가난한 환자들이라고 건강과 생명이 이렇게 짓밟혀도 좋은 것입니까.

공공병원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필수적인 기관입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사립병원들이 환자를 기피할 때 유일하게 전염병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과 시립병원들뿐이었습니다. 진주에서는 진주의료원이 유일하게 신종플루 환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지금 당장 중국에서는 신형 H7N9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치사율이 30%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일상적인 지금 언제 이 신형 조류독감이 한국으로 넘어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의 하나, 이 신형 조류독감이 치사율이 유지된 채로 한국에서 유행한다면 진주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현재와 같은 지구적 전염병의 위험이 상존하는 시기에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을 폐쇄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도외시한 무식한 조치일 뿐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정부가 은행들과 금융업자들의 손실을 메꾸어 주느라 발생한 재정적자를 메꾼다고 공공병원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하려했습니다. 이에 공공병원 병원장들을 포함한 의료진들이 스페인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들의 시위는 하얀 가운을 입은 모습 때문에 “흰 물결”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이들이 내세운 구호는 “당신들의 돈벌이에 우리 건강이 희생될 수 없다”였습니다.

한국의 진주의료원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상남도의 재정적자는 불필요한 토건사업과 부동산 투기 차액을 노린 건설투기, 여기에 높은 수익율을 노리고 투자한 금융업자들, 이들과 결탁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고위관료들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연 3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적자를 내는 진주의료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재정적자의 책임을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또 재정적자를 빌미로 복지재정을 삭감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방의료원의 80%의 월급밖에 받지 못하고 있고 6년째 임금동결에 8개월째 월급을 못받고 있는 진주의료원 직원들을 ‘강성노조’라고 부르는 것 또한 재정적자를 노조의 책임으로 떠 넘기려는 정치적인 행위일 뿐입니다.

돈이 아니라 생명이 중요합니다. 재정적자를 핑계로 복지재정을 삭감하면서 경제위기의 부담을 서민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공공의료와 가난한 이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재정적자의 엉뚱한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오늘 단식농성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투쟁 방법으로 단식을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으로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이유는 진주의료원 폐쇄는 너무도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자를 핑계로 공립병원을 폐쇄하면 한국에서 살아남을 공립병원들은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OECD 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한 공립병원이 더 위축되고 붕괴되면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받으며 한국의료의 앞날은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엄중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단식농성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간절하게 홍준표 도지사와 경남도 의회가 진주의료원 폐쇄를 철회하기를 요구합니다. 또한 복지를 내세우고 집권한 박근혜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말로만 복지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당장 진주의료원의 휴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주장은 단순합니다.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은 적자를 이유로 폐쇄되어서는 안됩니다.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고 한국의 공공의료는 지켜져야 합니다.

 

2013. 4. 1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