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뒷전… 교통 불편한 외곽으로 밀려
MB때 양적 확충 폐기… 민간이 공익진료 맡게
“수익성보다 빈곤층 수요 충족여부로 평가해야”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29일 오전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의료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이 없어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라며 전체 병ㆍ의원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의 비중을 30%까지 높이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80%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던 노무현 대통령은 공공병원ㆍ공공병상의 양적 확대에 관심을 가졌다. 참여정부 중반인 2005년 4조3,000억원이라는 예산을 배정,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만 다소 높였을 뿐 공공병원의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정권 후반부 힘이 빠지면서 정책추진 동력을 잃었고 예산당국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5년 13.6%였던 공공병상의 점유율은 지난해 10.0%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75.1%)의 7분의 1도 안된다. 의료를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며 영리병원 허용까지시도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공병원의 양적 확충을 꾀하는 정책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병원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9년 신종플루의 유행이었다. 정부가 신종플루 환자 격리병원을 지정하려고 했지만, 민간병원은 물론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마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국가 지자체 등이 설립ㆍ소유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개념에서 ‘필수적인 보건의료의 제공’이라는 ‘기능’ 중심으로 바꾸고 민간병원도 권역별 전문질환 센터나 어린이병원 등 공익성이 강한 진료기관으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 기존 34개 지방의료원에 대해서는 경영의 효율성 등을 평가해 수익을 내는 병원에 예산을 더 많이 지원하는 식으로, 사실상 적자 의료원을 자연 도태시킨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정책기조다.
하지만 민간병원들이 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한다 하더라도 공공병상의 양적인 확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지방의료원을 경영성과를 통해 평가하는 것은 빈곤층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임무를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전체 병상의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의 축소를 방관하면서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은 위험하다”며 “특히 공공병원은 수익성 논리보다는 빈곤층의 의료수요 충족여부를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기능이 사실상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병상 확대에 집착하는 정책은 효율성이 없을 것”이라며 “민간병원을 공공의료 인프라로 활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